북한에 납치됐다 귀환해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서창덕(62)씨와 가족에게 국가가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이림 부장판사)는 1984년 간첩조작 사건으로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고 7년을 복역한 서씨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는 서씨 등에게 위자료 등에서 형사보상금을 공제한 금액인 4억7천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20여년 동안의 이자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서씨와 이혼한 부인, 아들에게 실제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10억여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영장 없이 체포한 뒤 고문을 가해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참고인들을 협박해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증거를 조작해 징역 10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수감되도록 한 것은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법이 정한 5년의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했다는 항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967년 황해도 앞바다에서 조기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피랍됐다가 124일 만에 귀환한 서씨는 반공법(1968년)과 국가보안법(1969년) 등으로 잇따라 처벌받았으나 17년이 지난 1984년 대남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해 이롭게 했다는 등의 혐의로 다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1년 가석방됐다.
서씨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사건 발생 24년만인 작년 10월 무죄 선고를 받아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