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67년 북한으로 납북됐던 안학수 하사가 총살됐다는 유력한 증언을 1976년 자수한 남파간첩을 통해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지난달까지 월북자로 분류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는 21일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안 하사가 1975년말 북한을 탈출하다 붙잡혀 총살형을 당했다는 사실이 기록된 기무사령부의 문서를 6개월 전에 확보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1976년 남파됐다 자수한 무장간첩 김용규 씨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안 하사가 북한을 탈출하다 북-중 국경에서 체포돼 평양으로 압송된 뒤 ‘간첩죄’로 총살형을 당했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
그는 “정부는 안 하사가 북한을 탈출하려다 사망한 사실을 1976년에 알고도 ‘탈영, 월북자’로 기록된 병적기록을 33년간 수정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그동안 많은 납북자들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오히려 연좌제를 통해 많은 납북자 가족들만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남파됐다 자수한 간첩 정 모씨에게서도 북한에서 안 하사와 함께 같은 시설에서 사상교육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면서 “정부는 그동안 납북자와 그의 가족들의 아픔을 더욱 가중시킨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족들이 그동안 정부에게 수차례 제기한 민원을 무시해오다 지난해 9월에서야 정부합동조사단을 베트남에 파견해 현지 조사 작업을 벌였고, 지난 5월 안 하사의 병적기록을 ‘탈영, 월북자’에서 ‘탈영(외출미귀 및 납북)’으로 수정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달 제90차 국방부 국군포로대책위원회에서 안 하사를 국군포로 추정자로 관리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입수한 문건을 폭로해 정부의 안일함을 꾸짖을 것이고, 그동안 납북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아픔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특히 “지금 안 하사의 동생인 안용수 씨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다”면서 “엄청난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대표는 안 하사의 동생 안 씨와 함께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 내용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