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다큐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눈물바다

▲ 16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시사회

김정일의 생일인 16일. 북한으로 강제 납치된 아버지와 남편, 자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스크린을 통해 되살아났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가 증언과 기록, 문헌, 국립영상기록관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6.25전쟁 중 납북자 문제에 대해 3년간 제작한 다큐멘터리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People of No Return, 감독 사유진)의 시사회가 1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꼬스트홀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다 이제는 머리가 반백이 된 자녀들, 얼굴도 모르는 할어버지의 잃어버린 역사를 보기 위해 찾은 어린 손자ㆍ손녀 등 가족들을 비롯한 관계자 200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미일 이사장은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민간인이 끌려가 생사도 알려지지 않은 채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남아있는 우리 가족들은 그분들의 묻혀버린 역사들을 복원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큐멘터리 제작 배경을 밝혔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은 전쟁 당시의 납북행위가 북한 당국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된 범죄였다는 사실을 관련 문서와 영상 자료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국립영상기록관에서 찾아낸 생생한 납치장면은 애절한 유행가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오버랩 된다.

“죽음의 행진은 끝나야 한다”

반 세기간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와 남편을 기다리며 고통과 한숨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가족들의 사연이 소개될 때는 관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이승만 정부 이후 몇 번의 공화국이 바뀌었는데도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한 납북자 가족의 말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8만여 명에 달하는 전쟁 중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며 막을 내렸다.

영화가 끝난 후 납북인사 김점석(당시 변호사)씨의 딸 김지혜씨는 “우리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니 고마운 일”이라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김 씨는 “왜 이민도 못가고 여지껏 이러고 사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억울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 변호사의 친척이라는 고봉훈씨는 “전혀 모르는 자료들도 발굴돼서 납북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정부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찾을 수 있는 것을 노력조차 하지 않다는 것에 분노하며 이 자료를 근거로 남북회담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화를 관람한 대학생 김우람(한동대)씨는 “‘죽음의 행진은 끝나야 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5월 뉴욕국제독립영화제에 상영될 예정이다. 해외 영화제에도 잇따라 출품 계획이 잡혀있어 납북자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