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가족 탈북했다”…브로커 접근 ‘주의’

납북된 가족이 중국으로 탈북했다며 남측 가족에 ’입국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어 신중한 대응이 요망된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23일 “최근 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전쟁 중 납북된 인물이 탈북했다는 제보와 함께 그의 인적사항이 올랐다”며 “중국에 있다는 이 제보자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남측) 가족과의 직접통화와 1만 달러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13일 단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납북자 A씨가 지난 3월 탈북, 현재 딸과 함께 중국 브로커들한테 잡혀 있다”면서 납북 당시 A씨의 직업과 정황, 생년월일, 출생지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찾으시는 분(남측 가족)은 000란 분”이라며 “주위에 그런 분이 계시면 빠른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이 글에 따라 가족과 연락을 취한 뒤 게시자의 메일로 연락, 통화까지 했다”면서 “그러나 제보자라는 사람은 A씨가 중국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등을 밝히지 않은 채 비용 지불과 함께 가족과 직접 통화만 줄곧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생존해 있는지 직접 통화하고 싶다”는 단체 관계자의 요청에는 “건강이 좋지 못하다, 브로커들이 허락하지 않아 전화는 곤란하다, (A씨 부녀를 탈북시킨) 북한 사람이 돈만 내면 데려가라고 한다”는 등 말을 바꾸기도 했다.

최 대표는 “당사자인 A씨와 통화를 거부하고 가족과 직접 통화를 고집하는 등 정황으로 봤을 때 제보의 신빙성이 낮다”며 “가족에 인계비용을 요구한 뒤 입국 불발의 책임은 국내 단체에 떠넘기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지난 21일 새벽 최 대표와 마지막 통화에서 “그 사람(A씨)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남측 이산가족에 접근해 사진과 편지 등을 보내오면서 브로커 비용을 받은 뒤 잠적하는 경우는 빈번했지만 납북자나 국군포로 가족의 피해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전후납북자 지원법에 이어 전시납북자 지원법이 제정되면 납북자.국군포로 가족에 대한 무리한 ’탈북 비용’ 요구나 거짓 제보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2004년 10월 전시 납북자 출신인 이주임(여)씨가 중국 단둥(丹東)에 억류돼 있다는 제보와 함께 당사자와 통화까지 됐지만 결국 ’거짓 인물’을 내세운 브로커의 소행으로 밝혀진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리주임 여성이 지난해(2003년) 10월13일 불치의 병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번에 탈북했다는 A씨의 신상정보는 전시 납북자가족 단체의 입회원서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인터넷 상에 노출된 납북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남측 가족이나 단체에 ’요구’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예전 홈페이지에 올라있던 자료를 지금도 이렇게 열람할 수 있는지 몰랐다”면서 “(남측) 가족은 A씨의 소식만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데 (이 소식이) 거짓이라면 실망이 대단히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탈북.입국 브로커들은 정부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틈새를 노리고 있다”면서 “가족이 탈북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정부 또는 단체에 알리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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