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정부가 북한인민들을 구할 수 있다

남한의 부담을 우려하면서 김정일 정권의 장기존속을 바라는 것은 가진 것이 많고 행복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김정일과의 정치쇼로 자신의 지지기반 확대를 노리는 정치가들이 즐겨 찾는 일종의 ‘겁주기 논리’이다.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을 거부하면서도 장기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김정일 정권은 어차피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일정한 혼란을 피할 수 없다면, 가능한 빠르게 혼란을 줄이는 방향에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이며 올바른 것이다.

그런데 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중국과 같은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김정일이 북한판 덩샤오핑(鄧小平)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는 북한과 중국의 구체적 차이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덩샤오핑과 김정일은 처한 상황과 경력과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으로부터 심하게 탄압을 받았으며, ‘4인방 타도’라는 격변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권을 차지했고, 항일혁명의 혁혁한 경력과 권위를 바탕으로 강력한 중국공산당의 조직력과 중국인민들의 지지를 모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아버지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정권을 넘겨받았을 뿐, 특별한 혁명경력도 없고, 북한 몰락의 원인에 모든 책임이 있고, 대량아사의 주범이었으며, 완전히 날조된 우상숭배와 잔인한 군사독재로 자신의 실정(失政)을 감추어 왔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에 대한 비젼과 도덕성, 추진력 모두를 상실

김정일 정권이 덩샤오핑처럼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시도한다고 해도 일정한 시점에서 혼란이 시작되어 결국 북한인민들은 김정일 체제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위기는 미국과 일본의 압박을 핵심으로 하는 외부 요인도 크게 작용하지만, 최근 인민들의 반체제 의식이 성장하고 추종자들간의 동업정신이 약화되는 등의 내부적 요인에 의해서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수백만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맞아 죽고 총살당해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십만이 국경을 넘어 거지 떼가 되는 참혹한 생존경험을 강요당해왔다. 죽음의 시간들을 넘고 넘어 이제 북한인민들은 ‘권리’에 대한 눈을 뜨고 있다. 모든 것이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정보가 유입될수록 민심이반이 가속화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김정일 정권이 관리할 수 있는 경제범위는 완전히 붕괴되었고, 부정부패와 뇌물 문화가 철옹성 같은 체제수호의 방벽에 스며들고 있다. 내부 모순이 임계점을 넘게 되면, 민심과 국제정세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는 지배층과 군대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여 김정일 정권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질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대응능력’과 ‘반체제세력의 투쟁력’과 ‘국제사회의 대응정책’ 등의 역학관계에 따라서 김정일의 생명 시간표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남한정부가 엄청난 현금을 쥐어주지 않는한 시한부 환자의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남한정부는 임박한 김정일체제의 붕괴를 대비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해야

▲현재 김정일 정권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김정일 정권을 직접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현금지원이나 전략물자 지원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김정일의 개혁개방정책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선군정치 강화정책과 대남 도발에는 페널티를 주는 입장을 엄격하게 고수해야 한다.

▲유엔에서 추진하는 대북인권안에 기권하거나 미국의 북한인권법안과 일본에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해 반대하는 반인민적 행동을 반성하고 북한인권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서야 한다.

▲국론분열을 최소화하고 안보에 대한 정신적 무장과 군대의 첨단화를 통한 질적 강화를 적극 추진하여 북한의 전쟁물자와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소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동맹을 강화시켜 대남도발의 유혹을 강하게 제어해야 한다.

▲대북지원은 원칙을 지켜야 하며, 할 말은 하고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대화나 타협을 거부하면 아쉬운 것은 남한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강조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대비하여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대규모 난민촌 건설에 대한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내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군의 민사작전 능력을 높이고 유엔 평화유지군을 비롯한 외교군사적 준비도 추진해야 한다.

남한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편다면, 북한의 反김정일 진영은 큰 희망과 격려가 되고 김정일 정권은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며, 김정일 추종자들은 선택에 대해 갈등하게 될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각 나라들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모순들을 일일이 따져본다고 가정할 때, 북한만큼 모순의 해결방법이 단순한 경우도 드물다.

남한정부가 “국가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는 평범한 상식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본다면 그 해법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북한인민들의 생사여탈권은 김정일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 정부가 쥐고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The Daily NK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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