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보낸 돈 전달해온 송금 중개업자 14명 체포

뇌물 받아온 보안원 태도 돌변, “손전화 정보유출 단속 의도 가능성”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돈을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중개업자 십여 명이 일시에 보안성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 배경을 두고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송금하는 전체 규모는 한 해 수 천만 달러에 달한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조사에 따르면, 탈북자 10명 중 6명은 한해 100만 원에서 300만 원씩 북한에 돈을 보내고 있다. 북한 경제에 활력을 주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

국내와 중국의 금융기관을 거쳐 인편으로 내부 가족에게 돈을 전달하는 복잡한 구조이다보니 일종의 송금 비용이 따르고, 돈거래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는 법기관의 비리가 만연돼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함북) 무산에서 지난 9일부터 송금 중개업자와 이들과 가까운 주민 14명이 보안서(경찰서)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단속은 보안원들이 중개업자들에 대한 잠행 수사를 진행하다가 돈을 전달하는 현장을 급습해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평소 뇌물 액수를 올리거나 정치 행사를 빌미로 상납을 받기 위해 중개업자나 가족을 체포, 구금해 위협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뒤를 잘 봐주던 법기관 관계자들의 태도가 돌변하자 윗선에서 단속 지시가 내려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들어 북한에 송금한 돈이 가족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소식통은 “더 기가 막힌 것은 보안원들이 붙잡힌 주민들에게 ‘다른 송금자들을 고발하면 처벌을 낮춰주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관련자들을 밀고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법기관의 뇌물과 상납 요구 같은 횡포가 발생해도 이를 하소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주민들은 부당한 요구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다.

소식통은 “보안서에 체포된 중개업자들은 ‘우리만 먹은 게 아니다’며 뒤를 봐주는 보안원들을 폭로하겠다는 암시를 주지만 별 효과가 없다”면서 “보안서 주변에서는 다가오는 9.9절 행사용으로 거액의 돈을 마련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말도 있는데  통상적인 상납 방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대북송금 중개업자 집중단속에 대해 ‘손전화를 통한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돈을 상납받기 위한 목적이라면 몇 사람을 잡아서 집중적으로 심문하고 협박해야 하는데, 연루자들을 계속 색출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손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거래하는 것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