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공작원 출신 한학자 이구영씨 별세

북한공작원 출신으로 22년간 복역한 이력을 지닌 한학자 노촌(老村) 이구영(李九榮) 씨가 20일 새벽 2시 경기 안양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20년 충북 제천 출생인 노촌은 집안 대대로 저명한 문인과 학자를 배출한 연안이씨 후예로 조선중기 때 저명한 정치인이요 문인인 월사 이정귀 후손이다.

그의 부친 이주승과 작은아버지 이조승은 구한말 의병활동에 참여해 의병장들인 이강년과 유인석의 종사관(비서)을 각각 지낸 전력이 있다.

10대에 고향을 떠나 상경한 고인 또한 식민지 치하에서 민족의식에 눈을 뜨며, 1943년에는 독서회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렀으며, 해방공간에는 사회주의 계열에 참여해 활동하다가 한국전쟁 시기에 월북했다.

1958년 공작원으로 남파된 그는 그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공작도 못해 보고” 경찰에 검거돼 22년간 복역하다가 1980년 출소했다.

젊은 시절 벽초 홍명희를 사사하며 한학을 익힌 그는 장기수로 지내는 동안 옥중에서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와 심지연 경남대 교수를 비롯한 시국사건 투옥자들을 제자로 거느리며 그들에게 한문과 서예를 가르쳤다.

출소 이후 ’이문학회’라는 한학 관련 모임을 만들어 후학양성과 작품활동에 투신했다. 한명숙 국무총리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 문우서림 김영복 대표 등도 고인의 문하를 넘나들었다.

인사동 찻집 등에서 출소 이후 노촌이 쓴 서예 작품을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다.

최근 서예작품전을 개최하기도 했으며, 집안에 전해내려오는 각종 고문서와 의병독립운동 관련 사료 등 6천여 점을 제천 소재 의병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1남2녀가 있다. 빈소는 강북삼성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02-2001-1096./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