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 출발땐 ‘영웅’ 잡히면 ‘반동’

7년 동안 탈북자로 위장해 간첩 활동을 벌이다 구속된 원정화 씨의 북측 가족들이 북한당국으로부터 정치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탈북자들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전 조선노동당 작전부 산하 A연락소 출신 김병철(가명) 씨는 “원정화는 ‘공화국의 계급적 원수’라는 죄목을 쓰게 될 것이며, 그 가족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씨는 원정화가 2년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남한 정보요원들과 탈북자를 살해하라는 지침과 함께 독약과 독침까지 전달받았으나 이를 고의적으로 집행하지 않은 점과 체포당시 자살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이제 원정화는 ‘변절자’며, ‘공화국의 계급적 원수’로 취급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북한의 연락소에서는 남파 요원들이 체포될 경우 현장에서 자살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원정화는 체포 직후 거의 자수에 가까울 정도로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원정화는 중국에서 한국 사업가들을 납치했던 것까지 다 고백함으로써,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기다리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중국과의 관계도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셈”이라며 “이는 ‘대역죄’와 같아 가족들에 대한 정치보복이 반드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입국한 탈북자 양정훈(가명) 씨는 “대남가족(남파간첩의 가족)들의 경우 공작원이 남한에 파견되는 동안에는 가족들에게 아주 높은 대우를 해준다”고 밝혔다.

양 씨는 “그 기간 동안 당에서는 살림집을 보장해 주고, 특별 배급을 비롯해 양복감이나 가전제품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며 “가족들은 1년에 두 번씩 평양을 비롯한 명승지 견학도 하고, 병이 나면 평양적십자병원을 비롯한 고급 치료시설들에 입원해 치료를 받도록 조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작활동을 하던 이들이 한국이나 외국에서 신분이 들통 나거나 체포되는 순간부터 가족들의 운명은 하루아침에 180도 뒤바뀐다.

양 씨는 “체포되어 자백을 하는 순간, 가족들은 험한 농촌으로 추방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실종된 것처럼 한국에서 조용히 사는 것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훨씬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2007년 입국한 최철혁(가명)씨는 “북한에서는 대남 가족들에게 항상 ‘잡히면 곧 변절이고, 변절이면 가족의 운명은 끝이 난다’며 가족이 인질임을 공공연하게 교육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북한에서는 외교관이나 연락소 특수요원들의 변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언제나 가족을 인질로 삼는다”며 “외국 대사로 파견되는 외교관들도 가족 중 한사람은 반드시 북한에 남기도록 통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북한은 고아나 가족관계가 부실한 사람은 절대로 대남사업에 선발하지 않는다”면서 “출신 성분이 좋은 사람들을 대남사업 공작원으로 선발하는 이유는 고생을 별로 하지 않고 생활해온 사람일수록 가족들이 받는 정치보복을 더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씨는 “대남 공작원으로 뽑힐 정도면 최소한의 지식과 교양이 갖추어져 있는 사람이라, 중국에 한번만 왔다가도 북한체제의 모순을 금방 깨닫는다”며 “그러나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는 점 때문에 그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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