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 있다고 하니, 되레 우릴 이상하게 취급해”

원정화·김동순 간첩사건은 지난 10년간 정부의 ‘안보불감증’과 공안기관들의 ‘눈치보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탈북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차성주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북한 인민들과 김정일 정권을 갈라 봐야 하는데, 지난 정부에서는 ‘주적(主敵)’ 개념도 없이 안보교육에 소홀했던 좌파정권 10년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도 “탈북자 사회에서는 지금까지 북한의 간첩 공작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공안 당국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이제 공안기관이 최소한의 자기 기능을 수행하는구나 하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 회장은 “이번 사건은 3년 전부터 비롯된 것으로 지금에 와서 실체가 밝혀진 것은 그동안 공안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공안당국은 뜻있는 ‘탈북자 위장 남파간첩’ 의혹을 제시하는 탈북자들을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 중 북한에 남은 가족이 인질로 잡혀 간첩으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안에 이런 탈북자들의 고민 상담과 도움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공안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신의 신분이 북쪽에 노출될까 두려워 탈북자 사회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최청화 숭의동지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체가 밝혀지고 나니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지금도 탈북자들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안은데, 이번 일로 선량한 탈북자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도 “이번 일로 탈북자 사회도 각성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우리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이상한 기미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신고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 국장은 “반갑지 않은 일로 다들 놀랍다는 반응”이라며 “앞으로 탈북자들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일로 커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이번에 잡힌 사람을 자꾸 ‘탈북자’라고 표현하는데, 그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그냥 ‘간첩’일 뿐”이라며 이번 일로 “탈북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조치 또는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 등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 국장은 “과거 반공강연이 안보강연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이조차도 2003년 1월부터 정부가 금지시켰다”며 “군부대와 기무사 등 특수기관에서만 안보강연이 제한됐고 그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군부대 안보강연의 경우는 내용은 신경쓰지 않고, 적당히 말 잘하고 얼굴 반반하면 뽑혀 갔다”며 “원정화가 50여 차례 이상 군부대 강연을 다녔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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