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 유도 해주 진공설은 근거 없어”

남한이 38선 이북에 있던 황해도 해주를 먼저 진공함으로써 북한이 그 대응의 일환으로 6.25전쟁을 도발케 되었다는 이른바 ’해주 공격설’은 근거가 없는 것은 물론, 이런 공격은 남한에 의해 시도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런 시도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현대사 연구자인 정병준(鄭秉竣.41)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는 6.25전쟁 발발 56주년에 즈음해 최근 발간한 한국전쟁에 관한 방대한 연구서인 ’한국전쟁’(돌베개)에서 미국 등지에서 새로 발굴된 자료와 당시 신문보도 등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해주 공격설 혹은 해주 침공설이란, 인도 캘커타 대학 교수인 카루나카 굽타가 1972년 공개한 주장으로, 그 핵심은 6.25전쟁 개전 당시 웅진에 주둔한 한국군 17연대가 해주를 공격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이 방어를 위해 대규모 공격을 시작한 것이 한국전쟁이라는 것이다.

1949년 이후 1950년 전쟁발발에 이르기까지 38선을 둘러싼 충돌 문제에 천착한 이번 연구서에서 정 교수는 브루스 커밍스를 비롯한 이른바 수정주의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남침 유도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해주 점령설(공격설)과 관련해, 우선 이것이 북한측이 제기한 것이 아니라, 개전 직후 한국군과 한국언론이 대서특필한 내용임을 주목한다.

정 교수에 의하면 이런 정황적 증거들로 인해 해주 공격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한국군이 먼저 북한을 침공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로 활용된 것은 물론, 이를 주요한 근거로 삼아 커밍스 등에 의한 6.25전쟁의 남침 유도설이 나오게 됐다는 것.

해주 공격설은 굽타에 의해 공식화했으나, 실상 그 뿌리는 커밍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I. E. 스톤(Stone)이라는 미국의 독립 언론인에 두고 있다.

즉, 스톤은 1950년대에 발표한 ’한국전쟁의 숨은 이야기’라는 책에서 6.25전쟁은 맥아더와 장제스의 음모에 의해 일어났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 교수가 해주 공격설과 관련한 방대한 문건들을 분석한 결과, 해주 공격은 한국전쟁 발발 몇 달 전인 1950년 3월, 한국군 육군본부가 전쟁에 대비해 마련한 ’작전명령 제38호’에 따른 정상적인 ’방어계획’의 일환이었다.

즉,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한국군은 그에 대비해 옹진에 주둔한 17연대로 하여금 해주를 공격케 함으로써 북한군의 주력을 분산시키자는 것이 ’작전명령 제38호’의 핵심이지, 북한에 대해 선제 공격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정 교수는 한국전쟁 발발 직전, 17연대가 해주로 진공했다는 것 자체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며, 나아가 당시 전쟁 진행 과정에서 이런 시도는 이뤄질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정 교수는 한국군이 ’작전명령 제38호’를 내린 것이 전쟁 발발 직전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북한이 남침을 감행한 후인 6월25일 오전임을 뒷받침하는 많은 자료를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군 17연대는 전쟁 발발 직후 해주를 공격했을까?

이에 대해 정 교수가 준비한 답변은 “공격은 없었고, 그런 시도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해주를 공격하기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한국군은 궤멸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해주 공격설이 사실처럼 굳어지게 된 것은 개전 초기 한국군과 한국언론이 있지도 않은 전과를 조작해 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책은 이 외에도 90년대 이후 공개된 구소련 문서 외에 정 교수 자신이 2001년과 2005년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지에 찾아낸 북한 노획 문건들을 대량으로 동원해 한국전쟁 발발로 나아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는 1949년 남한이 북한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펴게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 1948년 10월에 발생한 여순사건을 지목하는 한편, 그 일환으로 한국군은 6월28일 호림부대를 북한에 침투케 했는가 하면, 같은 해 7월초에는 양양에서 남한 정규군이 대북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947년 이래 소련의 웅기ㆍ청진항 30년 조차 관련 기록, 옹진을 공격한 북한군 관련 문서, 인민군 참모총장 강건의 폭사 관련 문건과 같은 중요한 자료를 다수 공개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해 소련의 대외 정책에서 구하는 전통주의라든가,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서 찾는 수정주의와 같은 특정 이론이나 가설, 방법론을 배제하고 오직 하나만을 생각했으며, 그것은 이론과 자료에 오도되거나 미혹되지 않고 오직 역사적 진실만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본문 816쪽, 화보 48쪽. 3만8천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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