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딸.손자와 함께 살게되다니…”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54년 간 꿈에 그리던 고향에서 딸, 손자들과 함께 살게 된 것이 꿈만 같습니다”

2004년 탈북해 부산에 살고 있는 이기춘(75)씨는 최근 탈북에 성공한 막내딸과 외손자 2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도저히 믿을 수 없다. 3대가 4번이나 각기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넘기고 탈북해 함께 살 수 있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씨는 “이렇게 기쁜 날을 맞게 되니 먼저 떠나버린 아내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2004년 9월 천신만고 끝에 탈북해 54년만에 다시 찾은 부산에 혼자 살면서도 북에 남겨 놓은 아내와 딸, 손자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이씨의 노력으로 지난해 5월 아내 김상옥(69)씨도 탈북에 성공해 함께 살게 됐으나 기쁨도 잠시, 5개월여 만에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지난해 11월 고향에 온 뒤 처음으로 경남 김해에 있는 큰 댁에 제사지내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가 숨졌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자신도 중상을 입어 한 달 만에야 아내가 숨졌다는 사실을 안 이 씨는 그 충격으로 인해 한 동안 정신을 잃고 지냈다.

이씨는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지… 고향 땅에서 아내와 두 손 꼭 잡고 여생을 함께 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막내 딸 복희(33)씨가 외손자들을 데리고 무사히 한국에 왔다는 소식에 이씨는 자신과 아내, 자식들이 겪은 눈물겨운 탈북과정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씨는 “나도 힘들었지만 딸과 어린 손자들이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으며 겪었을 고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다”며 “이렇게 남한에서 함께 살게 된 것은 하늘에 감사할 일”이라며 웃었다.

둘째 딸 복실(36)씨와 함께 살고 있는 이씨는 “작은 딸과 손자들이 오면 같은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곁에 두고 살겠다”며 “아내가 살아 있다면 얼마나 기뻐했겠느냐”며 끝내 고개를 떨어뜨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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