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홍 “北, 核불능화 ‘공짜’로 이행 안할 것”

북한은 ‘2·13 북핵 합의’에 따라 60일 간의 초기조치 단계가 마무리 되면 2단계인 ‘불능화’(disablement)단계에서는 모든 단계마다 ‘행동 對 행동’ 원칙을 내세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남주홍(사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고,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한 후에는 핵프로그램에 대한 불능화 과정이 산 넘어 산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 교수는 이어 “고농축우라늄(HEU) 신고, NPT(핵비확산조약)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재가입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포함한다”며 “북한은 핵폐기 마지막 조치인 불능화 단계까지 모든 사항을 ‘공짜’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2·13 초기조치 합의이행 과정에서 북한이 약속을 어기거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 경우 미국이 다시 대북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2·13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핵프로그램 신고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거나, 초기조치 이행을 60일에서 90일 내로 미루는 등 협상을 장기화 시킬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은 인내심을 잃고 ‘선(先) 채찍 후(後) 당근’ 전략으로 유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3 합의서의 허점에 대해선 “초기이행 후속조지에 대한 시한이 설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라며 “영변 핵시설 동결 이후 신고-검증-불능화 조치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미북간 밀고 당기기는 과정 때문에 “북핵협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당장 2·13합의 이후 남한으로부터 쌀과 비료 등을 얻게 된 북한보다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더 초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정됐다는 평가와 관련해선 ‘협상전략이 바뀌었을 뿐’ 대북정책의 기본틀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남아있으며 그러한 시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이와 관련, “(작년 11월에 치러진) 중간선거 이후 미국내 정치적 분위기가 변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입장을 받아들였다”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원하는 것이 뭔지 들어나 보자는 것이지, 대북정책이 바뀌었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핵의 제3국 또는 테러조직으로의 이전을 않겠는 조건으로 북핵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미국은 북한이 핵을 한 개라도 갖고 있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우려는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적다”면서 “지금 당장 회담 진행을 위해 기존 핵무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궁극적으로는 ‘북한 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할 것”으로 확신했다.

미북 관계정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한 ‘관계 개선’의 초기 단계일 뿐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특히 “관계정상화를 거쳐 미북간 수교를 맺기 까지 얼마든지 걸림돌이 나올 수 있다”며 성급한 ‘미북 수교론’을 경계했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처럼 미국과의 수교는 사실상 개방을 의미한다”며 북한이 이(미북수교)를 수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남 교수는 2008년 11월 치뤄질 미국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 교수는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해왔다”며 “북한이 (민주당 정권과) 수교를 하려면 반드시 인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북한에게 이보다 아픈 채찍이 어디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음은 남주홍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미국 대북정책이 전환된 배경이 무엇인가

첫째는 미국내 정치적 분위기의 변화 때문이다. 이라크 문제와 북핵문제로 수렁에 빠진 부시 행정부에게 돌파구 필요했다. 게다가 이란 핵문제까지 터지자 미국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돌파구를 북한 핵문제에서 찾았다.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은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대화할 것을 요구했고 부시 행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심각한 내부사정을 들 수 있다. 식량, 에너지, 외화난 측면에서 북한 최악의 상태였다. 또 한국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북핵문제 해결을)서두르면서 한미관계가 변질된 것도 이유다. 정부는 이번 2·13합의가 나오기 전 이미 저쪽(북한)에 접촉을 했을 정도로 급했다. 미국에게 양보와 직접대화를 조르면서 이른바 중재역할을 했다.

-미국 대북정책 전환의 의미는?

미국 대북정책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다. 협상전략이 바뀐 것뿐이다. 표현을 ‘악의 축’이라고 안 해서 그렇지, 김정일 정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한과 불신을 제거해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별도의 이야기이고, 우선 핵문제를 풀기 위해 직접 돌파해보자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한번 들어나 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는 ‘선 채찍 후 당근’ 정책이었는데 지금은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고 있다. ‘선 당근 후 채찍’ 정책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돼야 한다. (대북정책이 변했다고)지금 속단 할 문제가 아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미 만들어진 핵은 다른 얘기”고 말했다. 북한 핵폐기 난항 겪게 될텐데

북한 핵문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60일 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해야 하는 초기조치 단계이다. 이후 핵 프로그램 신고에 들어가면 김계관 부상이 말했던 문제를 놓고 협상이 길어질 것이다. 미국입장에서는 핵 프로그램 신고에 ‘과거 핵’(기존 만들어 놓은 플루토늄), ‘현재 핵’(지금 만들어 놓은 핵무기), ‘미래 핵’(고농축우라늄·HEU)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이처럼 신고 내용을 가지고도 협상이 길어지는데, 여기에는 또 이른바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도 있다. 북한은 ‘HEU 신고하면 얼마 줄래’ ‘대북 경제제재 해제 해달라’ ‘그때까지 테러지원국 해제 안 되면 못한다’고 나올 수도 있다. 북한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프로그램 신고하는데 까지만도 그럴 것이다.

검증단계에서는 또다른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이다. 검증을 제대로 하려면 북한이 NPT(핵확산방지조약)에 복귀해야 한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협정에도 재가입 해야한다. 핵폐기 마지막 조치인 불능화 단계 역시 북한이 공짜로 하려고 하겠나. ‘미국과 수교 해달라’ ‘수고하면 남조선 미제 나가라’ ‘평화협정하자’ ‘평화협정했으니 주한미군 나가라’, 이런 문제들과 갈고리가 걸려있다. 북한은 쌀, 비료, 중유 지원에 지금 경수로 문제까지 거론했다. 산 넘어 산이다.

-2·13합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인가

이번 합의는 없는 것보단 나은데 초기이행 이후 후속조치에 대한 시한이 설정 안돼있다는 맹점이 있다. 영변 핵동결 이후 신고, 검증, 불능화 조치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미국과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그 시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은 내년 1월부터 오픈 프라이머리가 시작된다. 그때까지 북핵문제 안 풀리면 어떻게 되겠나. 북한의 고단수 전략이다. 북한은 당장 합의를 하니까 남한으로부터 쌀, 비료를 받았다. 북한으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초조하다.

-북핵문제 사실상 부시 행정부 이후로 넘어가지 않겠나

넘어갈 수밖에 없다. ‘다음 정권’이라는 것은 미국과 한국에 다 해당이 된다. 한국 정부는 이미 레임덕 상태고, 미국도 내년 초부터 선거를 치러야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간은 올해밖에 없다.

앞서 말했지만 핵 프로그램 신고하고 확인하는데만 1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금년 내 북핵문제가 해결되나. 미국으로서는 6자회담이라는 틀이 깨지지 않고 대화의 장이 열려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연내 북핵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만약 2008년 내 북핵문제 해결이 안될 경우, 부시 행정부가 모든 수단 동원해 해결에 나설 가능성은?

우선 무력을 이용할 가능성은 제로다. 지금 부시 행정부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를 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임기내 완전히 풀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6자회담 하의 국제공조는 부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13합의 이행 과정이 장기화될 때 미국이 인내심 잃을 수는 있다. 대선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당근 채찍 병행이 아니라, ‘선 채찍 후 당근’으로 다시 갈 수 있다. 다시 말해 다시 강경한 태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공격이나 그런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첫째 2·13 합의 이행 과정에서 북한이 약속 어겼을 때, 즉 성실히 신고를 하지 않고 핵을 숨겨놓거나 할 때이다. 두 번째는 북한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 경우, 예를 들어 북한이 초지조치 이행을 60일 내에서 90일 내로 미룬다던지, 또는 검증하는 과정에서 핑계대면서 협조 안할 경우가 될 것이다.

-북한이 중동 등에 핵이전 하지 않겠는 약속 하에 미국이 북한 핵을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은 북한이 핵 한 개라도 갖고 있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 미국은 ‘북한 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을 원한다. 그런 우려는 있으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물론 미국이 당장 회담의 진행을 위해 기존 핵무기 거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은 궁극적으로 북한에 있는 핵을 모두 제거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그것(미국의 북한 핵 용인)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상태다. 북한이 핵무기를 2,3개 보유한 상태에서 핵문제 종결되면 우리는 쌀과 비료를 왜 주고 정상회담을 왜 하려고 한 것이 되나.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 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북한은 전략상 그것을 끝까지 밀고 갈 것이다. 북한은 핵카드를 절대 포기 안한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선군사상을 갖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통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김정일 정권 존패와도 맞물려 있다. 북핵은 선군사상을 유지하는 하나의 메커니즘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끝까지 안고 갈 것이다. 핵카드를 망할 때까지 안고 갈 것이다. (북한에 유리한)분위기를 조성하거 대북지원을 받기 위해 강도나 우선순위가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핵보유 노선 자체는 절대 포기 못한다.

-만약 민주당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북핵문제 어떻게 전개될까?

지금 공화당 때보다 더 강경해질 수도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한다. 카터도 마찬가지고 클린턴도 그랬다. 그런데 인권문제는 북한에게 제일 아픈 채찍이다. 미북 간 국교 수교를 하려면 인권문제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북한의 개방을 이야기한다. 북한에 이보다 더한 채찍이 어디 있겠나. 김정일 정권 망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과연 김정일 정권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미북 관계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미국 입장에서 관계정상화는 북한의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미국과 북한의 수교 역시 사실상 개방을 의미한다. 베트남과 중국이 (미국과 수교 후) 자본주의 국가화 돼 버린 것을 보라.

미국 수교는 관계개선과 정상화를 거친 마지막 단계이다. 지금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한 ‘관계개선’의 초기 단계일 뿐 관계정상화도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관계정상화를 거쳐 미북간 수교를 맺기 까지 얼마든지 걸림돌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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