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날라리풍’ 통일에 ‘순풍’ 될까?

북한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각시탈’, ‘넝굴당(넝굴째 굴러온 당신)’, ‘신사의 품격’ 등 인기 드라마는 방영 일주일이면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드라마를 통해 본 남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까? 한류(韓流)라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이 과연 탈북에도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면, 통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한류, 통일의 바람'(강동완, 박정란 공저)

북한에서 한류를 접해 본 탈북자 100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북한 내 한류 현상을 파헤친 책 『한류, 통일의 바람』은 이 같은 질문에 속 시원히 답해준다.

이 책은 남한 대중문화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접근해, 한류가 북한 사회 변화와 향후 남북통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저마다의 독특한 에피소드와 이를 그려낸 삽화는 책의 재미를 더한다.

책은 “어떻게 전기를 구해 남한 영상물을 시청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부터 시청 방법과 빈도, 시청했던 드라마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남한의 발전상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교육됐던 ‘굶주리고 헐벗은 남한’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한류는 남한의 경제적 발전상뿐 아니라 남한 사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 함경북도 출신 40대 탈북자는 “대한민국은 썩고 병든 자본주의며 사람들도 이기적이라고 교육받았는데 드라마 ‘가시고기’를 보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도 있다는 걸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저자는 한류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남한 상업 영상물의 선정성, 폭력성은 통일을 막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남한을 ‘미제국주의 식민지’, ‘힘세고 돈 많은 사람이 판치는 자본주의’ 등으로 교육받는 북한 주민들의 인지 속에 남한 사회의 부정적 단면들이 더해져 적개심과 두려움이 고착화 된다면 통일의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양강도 출신 탈북자는 남한 드라마의 불륜 내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남자들이 바람피고 그런걸 보지 못하는데, 남한 드라마 속 남자들은 맨날 바람을 피웠다”며 한국 사람들 진짜 다 바람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 내 한류는 여러 한계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탈북자들은 한류가 남북 통일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남한과 북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탈북자들의 의견을 들어 한류가 통일의 ‘순풍’으로 작용하기 위해 어떤 내용의 영상물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제안한다. 탈북자들은 ▲남한의 경제적 발전상 ▲북한 지도자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정보 ▲6.25 전쟁에 대한 진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는 내용 등을 꼽았다.

특히 함북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 있을 때 아무리 일을 해도 월급을 받지 못했었는데 남한에 와서는 자신이 일한 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신기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사적 소유의 개념과 일하면 돈 벌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연극 ‘아랫동네 날라리’가 13~15일에 종로에 위치한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상연된다. 공연은 무료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통일문화연구원(02-553-3944)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