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부 지역에서 한국, 미국, 일본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해당국에서 제작한 방송 시청 시 강력처벌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사상 배격법을 강연을 통해 주민들에게 교육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평안남도) 도당 선전비서가 최근 진행한 강연에서 남조선(한국) 방송을 적대방송으로 규정하고 통제와 처벌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면서 “이처럼 새해에 접어들어 당 선전선동부가 남조선을 적대국으로 정하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적대국은 사상과 제도가 다른 자본주의 나라 전부가 아닌 미국, 일본, 한국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선전 비서가 이번 강연에서 적대 방송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 하는 방송인가에 따라 갈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방송 내용에 관계없이 적대국에서 한 방송인가 아닌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고 말했다.
적대국이 하는 방송이라면 비록 방송 내용이 적대적이 아니라 해도 적대 방송을 청취한 것으로 취급되고, 적대국이 아닌 나라에서 한 방송은 적대 방송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같은 내용이 다른 자본주의 나라 방송을 들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외부정보를 습득해 시청, 청취하는 행위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적대국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는 더 강력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북한은 형법(195조)을 통해 적대방송을 청취하면 2~5년의 로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강연은 지난해 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사상 배격법에 관한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전원회의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채택하며 “반사회주의사상 문화의 유입, 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준칙들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본지가 입수한 해당법 설명자료에는 남조선의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등을 직접 보고 듣거나 보관한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콘텐츠를 유입하고 유포한 자는 무기 노동교화형이나 사형 등 최고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 일본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해당국서 제작된 영상물을 시청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도 설명자료에 있다.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모임이 통제되거나 외출 금지 조치를 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주민들은 외부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의 사상적 이완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주민 강연을 통해 결속력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본보기로 강력한 처벌을 받는 주민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강연이 전국적으로 진행됐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