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FTA.CEPA 실현 가능할까

남북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의 남북 정상회담 의제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의제 채택 여부와 함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남한과 북한이 FTA나 CEPA를 체결하는 데 국제통상법적 제약은 있지만 충분히 우회할 수 있어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국제 교류에 참여하고 개방하려는 의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 간 무관세 거래 국제적 인정 필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FTA나 CEPA가 거론되고 있는 배경은 민족 내부 거래로 규정돼 무관세로 이뤄지고 있는 남북 간 거래를 국제적으로 인정 받아야 할 필요성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그동안 교역의 절대량이 미미해 주변 국가들이 서로 다른 독립적 관세 체계를 갖고 있는 남북의 무관세 거래 등을 묵인해줬지만 앞으로 교역량이 급증하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제소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핵문제가 타결되고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나 대북 반출품 제약 등이 완화되면 남북경협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고 상업적 차원의 교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미비한 제도들을 남북 합의를 통해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무관세 거래를 FTA나 이보다 개방이나 자유화 정도가 한 단계 낮은 CEPA를 통해 제도화 해 놓으면 다른 국가들로부터 남북의 무관세 거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제도적 제약은 충분히 피할 수 있어

남북이 FTA를 체결하는 데 제약은 있지만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남북은 자율적인 관세와 무역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독립관세구역이기 때문에 FTA를 체결할 수 있다.

WTO 설립협정 12조,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4조,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2조는 FTA는 국가 만이 아니라 독립관세영역 간에도 체결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WTO는 회원국 간의 FTA만을 인정하고 있어 WTO 회원국인 남한과 비회원국인 북한의 FTA 체결에 걸림돌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동안 WTO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의 FTA도 효력이 인정된 사례가 다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수호 수석연구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EC(유럽공동체)와 모로코 간의 협정, 니카라과와 중앙아메리카의 FTA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성상 국제조약은 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홍콩 간의 사례를 준용해 FTA의 일종인 CEPA를 통해 사실상의 FTA를 체결할 수 있다.

남북의 CEPA 체결을 위한 국제통상법상의 실질적인 장애물은 `FTA가 체결당사자 간에 실질적으로 모든 무역거래(substantially all the trade)에 관하여 관세를 비롯한 여타 통상규제들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GATT 24조 8항의 `실체적 요건’ 부분이다.

국제사회의 대북경제 제재와 북한경제의 낙후성 등으로 인해 특정 품목이나 산업에 국한되고 있는 남북교역은 상당 기간 이러한 실체적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낮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CEPA를 체결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GATT 24조 5항은 FTA 체결국이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기까지 `합당한 기간’ 동안 잠정협정 형태의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합당한 기간이 10년이지만 WTO 이사회에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면 예외적으로 10년을 초과할 수도 있다.

임 수석연구원은 따라서 “남북이 잠정협정 형태의 CEPA를 체결해 10년 이상 `실체적 요건’에 따른 의무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며 “남북 CEPA는 WTO 규정 내에서도 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개방.자유화 의지가 관건

결국 북한의 의지가 남북 FTA나 CEPA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FTA나 CEPA 체결을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자유화하고 개방해야 하는 데 북한이 그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 이를 수용할 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남북경협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불어 넣으려 한다거나 흡수통일을 위한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FTA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과 자유화를 확대하려는 의지”라며 “북한이 남한과 FTA나 CEPA를 체결하려면 일정부분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장래에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남북 정상회담에 어떤 의제가 포함될 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의제는 또한 상대가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하며 CEPA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의제 포함 여부와 관계없이 중장기적으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과 관련한 사회의 활발한 논의는 환영할 일이지만 당장 이번 회담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남북한 CEPA의 의의와 가능성’ 보고서에서 “CEPA 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적 불안감을 완화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CEPA는 흡수통일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경제의 대중국 예속을 방지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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