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17일 실무접촉…’상봉 정례화’ 힘겨루기 예상

대한적십자사(한적)와 북한 적십자사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이 17일 개성 지남산여관에서 시작된다.


우리 측은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인 김의도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실행위원(수석대표)과 김성근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이 대표로 나선다. 이들은 17일 오전 7시25분경 회담본부를 출발, 8시45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할 예정이다.


북한도 단장 박용일, 대표 박형철 등 실무접촉에 참여하는 명단을 16일 우리 측에 통보해 왔다. 이들은 모두 북한 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소속이다.


우리 당국은 실무접촉에서 2010년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논의와 더불어 이산가족 정례화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이번 상봉행사는 북측이 먼저 제의해 왔고, 대한적십자사가 쌀, 시멘트 등이 포함된 100억 상당의 수해 구호품을 보낼 것을 약속한 만큼 상봉행사 시기와 장소에 있어서는 별다른 잡음 없이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봉 날짜는 실무접촉으로부터 대략 1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중순, 절차를 최대한 빨리해도 내달 늦은 초순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상봉 장소는 북측이 이미 금강산 지역을 제안한 점에 비춰 금강산 내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측이 제안할 정례화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엄종식 통일부 차관은 14일 남북한 겸임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문제를 중점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등록센터에 등록된 분이 약 12만명인데 현재 8만여명이 생존해 있다. 1년에 1천명씩 만난다고 해도 현재 7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들이 다 만나려면 66년이 걸린다”며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상봉 규모 확대도 북측에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5일 북측이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는 “최소한 100명 이상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많이 만날수록 좋고, 정부가 그 점에 대해 (북측에) 강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인식과 달리 북한이 이에 쉽게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매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시 ‘상응조치’를 요구해왔던 북한의 과거 전례를 볼 때 우리 정부의 대규모 식량지원 약속이 없을 경우 이를 약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측도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하며 통지문에서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까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기 전에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15일 “대규모 지원을 위해선 천안함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의 인도적 지원 요구와 우리 측의 ‘상봉 정례화’ 문제로 신경전이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문제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제기해할 문제”라고 말해 당장 실무접촉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임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