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핫라인, 어떻게 가동돼 왔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간에 ‘핫라인(비상연락망)’이 구축돼 의사소통로 역할을 해왔다고 밝혀 주목된다.

임 전 장관이 가리키는 ’핫라인’은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 충돌 방지를 위해” 운용키로 합의하고 2005년 8월 실제 운용을 시작한 군사 핫라인 성격의 남북 통신연락소와는 달리 남북정상간 소통을 위한 것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핫라인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4일만에 설치돼 크고 작은 남북간 현안을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채널로 역할했다.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가 2002년 서해교전.

당시 사건 발생 이튿날 북한은 이 핫라인을 통해 “이 사건은 순전히 아랫사람들끼리 우방적으로 발생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유감이다”라는 긴급통지문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보장하라”는 회신을 보냈다.

결국 북한은 “서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김령성 장관급회담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보내는 것으로 요구를 받아들였다.

회고록에 따르면 2002년 4월 임 전 장관의 특사방북 2주전 북측이 특사방북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온 것도 이 핫라인을 통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특사파견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대남사업 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측과 공개.비공개 채널을 가동했다고 밝혔었는데, ’비공개 채널’이 이 핫라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핫라인은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미관계을 원활히 하는 데도 활용됐다.

임 전 장관의 특사방문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잭 프리처드 당시 미 국무부 대북 대사에 대한 초청 의사를 밝혔음에도 미국이 이를 대미 대화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자 임 전 장관은 핫라인을 통해 “미국 대사의 방북 수용 의사를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측에 직접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메시지를 전달했고, 북한은 이 권고대로 뉴욕채널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전해 미국도 대화재개를 발표하게 됐다.

또 2003년 1월 임 전 장관이 다시 특사로 방북을 추진할 때는,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의 ’북.미 양자회담 추진’ 입장을 핫라인을 통해 북측에 전달함으로써 북측으로부터 특사 수용 입장을 받아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입장이 다자회담으로 기울면서 임 전 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이 불발됐다는 후문이다.

임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이 핫라인이 “국민의 정부 마지막날까지 유지되면서 남북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해 김대중 정부 이후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까지 이 핫라인이 유지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발표하면서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공개.비공개 채널이 다 활용됐으나 아주 투명하게 진행이 됐다”고 말한 대목가운데 비공개 채널은 2000년 정상회담 직후 만들어진 이 핫라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핫라인은 남쪽의 국가정보원과 북측의 통일전선부에 연결돼 양 정상간 의사를 교환한 것으로 추측된다.

남북간 핫라인의 개설.운용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6년 3월 남측의 장세동 안기부장과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 북측의 허담 대남비서와 한시해 통일전선부 부부장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해 핫라인으로 운용됐으며, 이는 이른바 ’88라인’으로 불렸었다.

이 핫라인은 노태우 정부 때까지 가동되면서 남북간 주요 문제에 관해 논의하는 채널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북방정책’을 뒷받침하다 1990년 고위급회담으로 남북간 공식 대화채널이 열리면서 핫라인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핫라인은 박 특보가 안기부에 있을 때는 안기부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청와대로 사람을 따라 움직여 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개설됐던 남북 당국간 핫라인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계속 가동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핫라인의 가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투명하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인 만큼 이 라인이 활발하게 가동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 상황으로 볼 때 우리 쪽에서 이 라인을 가동하고 싶어도 북측이 존중하고 받아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이 라인의 복원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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