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학자들이 고조선 연구서 펴내

“북쪽의 상고사 인식에 대한 이견이 남쪽 학계에 적지 않지만, 서로의 견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학문 발전의 기본이다.”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조선’에 대해 연구한 성과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단군과 고조선연구’(지식산업사)는 한국의 단군학회와 북한의 조선역사학회가 함께 참여해 단군과 고조선의 역사적 실체를 살폈던 세 차례의 학술회의 발표 논문을 모은 책. 남측 학자 7명의 논문 9편과 북측 학자 14명의 논문 22편이 실려있다.

단군학회와 조선역사학회는 1998년 첫 접촉을 시작한 이래, 2002년 10월 개천절 평양에서 제1차공동학술회의를 열고, 이후 모두 세 차례의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그 동안 남북 사이의 학술교류가 여러 경로로 진행됐지만 ’공동 연구’라는 형식으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하고, 학술회의의 결과가 북측의 양해 아래 남측에서 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단군학회는 밝히고 있다.

특히 책에 실린 북측 학자들의 논문에 종래 북한 논문에 항상 포함되던 ’수령 교시문’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책은 1부 ’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남북 공동연구’와 2부 ’제1ㆍ2차 남북 역사학자 공동학술회의 발표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 한국은 ’고조선과 비파형 동검의 문제’(김정배ㆍ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고조선의 종교와 사회 성격’(윤내현ㆍ단국대) 등 6편의 논문을 실었다. 북측에서는 ’고조선 사회의 성격’(허종호ㆍ사회과학원), ’단군조선의 성립’(손영종ㆍ사회과학원) 등 5편을 게재했다.

2부에서는 ’한민족 형성과 단군에 대한 사회사적 고찰’(신용하), ’단군 및 고조선관계 비사들에 대한 리해’(손영종) 등 남북 학자들 논문 20편이 실렸다.

단군학회의 명의로 쓰여진 책의 서두에서 한국의 김정배, 윤내현, 김상일 교수는 단군과 고조선 문제는 민족 공동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단군을 국조로 생각하고 우리 민족을 단군의 자손으로 생각하는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강하게 남아있으며, 남과 북의 국가제도와 상징의례 속에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돼 있다”고 썼다.

그 근거로 남쪽의 개천절과 홍익인간이라는 교육 기본이념, 그리고 북쪽이 1993년 단군릉 발굴 이후 단군을 민족사의 출발점으로 공인하고 있는 점이 제시됐다.

하지만 “단일한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는 아쉬움도 내비친다. 다만 “연구자들은 그저 각자 연구해왔고, 생각하고 있는 바를 정리해 소개하고 토론의 자료로 제시하는데 머물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남북의 연구자들은 단군의 고조선 건국이 민족 상고사 속에 실재했던 역사라는 점에 동의했다”며 “그것이 언제 어디에서 있었던 역사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서로 달랐지만, 단군의 건국으로부터 민족사를 서술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공동 연구서 발행의 의의를 찾는다.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학문발전과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단군학회 엮음. 636쪽. 3만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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