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 장대비 놓고 환담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14일 방북한 우리측 당국 대표단은 북측의 환영 속에 첫 날 일정에 들어갔다.
특히 이날 쏟아진 장대비를 놓고 다양한 대화가 오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10시 10분부터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북측 박봉주 내각 총리가 베푼 환영만찬에서 박 총리는 우리측 대표단을 맞으며 “비를 맞지 않았나? 피곤하시겠다”라며 인사를 대신했다.

우리측 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에 “(개막식)공연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행사 준비를 잘 하셨다”라며 답했고 박 총리는 “농사철이어서 바쁘기도 했지만 행사는 지장없도록 준비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양측은 이어 이날 내린 비와 북한의 전력사정을 연결지어 대화를 나눴다.

박 총리는 “우리한테는 비가 많이 와야 한다. 대체로 봄가뭄이 많고 저수가 우리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했고 정 장관은 “올해 비가 많이 와 수력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답한 뒤 “겨울이면 전기사정이 더 좋지 않죠”라며 되물었다.

박 총리는 이에 “예”라며 어려움을 인정한 뒤 “더 나빠지기도 하지만 전력을 다해 조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총리는 환영사에서 우리 민족끼리와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에 대해 강한 확신을 표명했고 정 장관 역시 남북관계가 크게 발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정 장관은 특히 “허리 잘린 반도의 땅을 넘어오는 내내 노래 한 곡을 들었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김홍재 선생이 지휘한 여러분의 가곡 ‘임진강’이었다”라며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어머니 품은 가고파도 못가니..’ 이 가사가 아프게 가슴 속에 파고든다”라며 통일을 염원하기도 했다.

앞서 예정보다 두시간 늦은 오후 6시 10분 순안공항에 도착한 정 장관은 트랩을 내려와 마중나온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의 손을 잡으며 “반갑습니다”라며 첫 인사를 건넸고 권 참사도 “고생스럽게 오셨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비행기의 도착 지연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점심 무렵부터 갑자기 번개가 치며 비가 내렸다”며 평양의 비바람 때문이라고 설명, 당초 군 당국의 비행훈련 때문이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북측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공항에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향해 “선생의 열렬한 독자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정 장관은 북측이 준비한 벤츠 리무진에 권 참사와 함께 탄 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북측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림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의 환영을 받았다.

김 단장은 “오시길 잘 했습니다”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고 림 제1부부장은 임동원ㆍ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등 6.15선언 당시 안면이 있던 남측 대표단 관계자에게 이름을 부르며 “오래간만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일일이 인사했다.

정 장관은 환담에서 “비가 흡족하게 내리는 것 같다. 농사에 도움이 되겠죠”라며 말을 꺼냈고 김 단장은 “남쪽에는 농사가 잘 됩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단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의 안부를 묻자 정 장관은 “모두 건강하시고 오기 전에 전화를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지난 주에는 직접 찾아뵙기도 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김 단장은 스위트룸 형식의 정 장관 방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당국 대표단은 이어 오후 8시 15분께 통일대축전 개막식이 열리는 김일성경기장에 도착, 북측 김 단장을 비롯,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 류미영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등의 환대를 받았다.

정 장관은 양 부위원장을 향해 “예전부터 존함을 듣고 한 번 뵈었으면 했다”라고 말했고 양 부위원장은 “(이번 행사 참석이) 통일을 위한 지름길을 마련하는 일이니까 얼마나 좋으냐”라며 인사를 대신했다.

정 장관은 이어 “고향집에 온 것처럼 마음도 좋고 비온 뒤여서 싱싱하고 좋다”라고 소감을 말하고 양 부위원장과 고려시대 문인인 김황원 선생의 한시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 장관은 “남쪽에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가 많이 불린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라고 하자 양 부위원장은 “대야동두 점점산(大野東頭 點點山)…경치는 황홀한데 싯구가 모자라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을 받았다.

임동원 전 장관과 림동옥 제1부부장은 임 전 장관의 세종재단 이사장 취임을 놓고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