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 들은 北 주민 “쌀 들어오는 건가”

[직격인터뷰①] 국경·내륙 일반 주민 모두 '물자 지원' 관심… "남조선이 우리 도와주려는 것 같다"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모습. 한 밭에서 북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1년 넘게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지난달 27일 전격 복원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복원에 합의했다는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있던 시각 북측에서도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반향은 남북이 사뭇 달랐다. 남측에서는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이 대서특필됐고, 남북관계 개선·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반면 북측은 대외용 매체로만 이를 보도할 뿐, 일반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는 관련 소식을 싣지 않았다. 심지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대남 담화에서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놓은 것뿐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는 소식을 듣긴 한 걸까. 그렇다면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데일리NK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이뤄진 직후 북한 각지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일반 계층으로 분류되는 함경북도와 황해남도의 주민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들은 국경 지역 밀수업자와 내륙 곡창지대의 농민으로 처한 환경과 조건은 각기 다르지만, 통신연락선 복원을 두고서는 모두 ‘남측의 물자 지원’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또 남측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북한)를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밖에 이들은 남북협력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통신연락선 복원으로는 당장에 별다른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다음은 북한 함경북도, 황해남도 일반 주민들과의 일문일답.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는 소식을 접했나? 소식을 접하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함경북도 주민(이하 A): 비공식적으로 접했다. 소식을 듣고서는 국가에 아예 쌀이 없으니 암만 코로나라고 해도 남조선(남한)에서 (쌀을) 받아서 풀려나 보다 생각했다. 쌀로 전파됐다는 얘기는 아직 없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7월 31일부터 절량세대들에 적게는 15kg 많게는 25kg의 식량을 주고 있다. 다는 못 줘도 힘든 세대는 주고 있다. 이전에는 강냉이(옥수수)만 줬는데 이번에는 쌀도 줘서 아는 사람들은 ‘남조선에서 먼저 받고 복원해줬구나’ 하고 있다. 쌀이 묵은쌀인데도 중국 쌀과 다르게 밥맛이 좋아 남조선 쌀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 규정에 따라 외부물자는 보름 넘게 격리했다가 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쌀이 풀리니 사람들은 미리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 그래서 그랬구나(복원했구나)’ 생각하고 있다.

황해남도 주민(이하 B): 몰랐다. 지금 처음 들었다. 그러면 쌀이 들어오는 건가? 남조선이 쌀을 준다고 하나? 주면 언제쯤 주나? 주면 올해까지 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쌀이 부족해서 가을에 싹 다 긁어갈(수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올해도 분배가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분배를 100% 다 받아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다.

-13개월간 모든 남북의 연락망이 단절됐다가 정상 간 합의로 재개됐다. 이로써 남북 간 신뢰 회복, 관계 개선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나?

A: 연락망이 단절됐다 재개된 것 그거 하나로 북남 간 신뢰가 회복되겠나. 조직적인 정치학습이나 강연에서 당의 사상으로 주입받는 것은 문재인이 평양에 왔을 때 최고로 대우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지난 3년간 약속을 지킨 게 하나도 없고 하는 척만 했다는 것이다. 남조선이 약속을 지켜야 상대해 준다는 것을 당의 일관한 정책으로 알고 있는 나 같은 백성들로서는 전화 하나 연결됐다고 신뢰가 회복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B: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냥 문재인이 약속을 안 지키면 신뢰 회복이 안 될 거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단호하게 인민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이익적 견지에 맞게 하기 때문에 남조선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북남관계라는 게 결국에는 남조선에 달려있으니 남조선이 말만 하지 말고 실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북측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일방적으로 연락선을 끊었다. 이번에 복원에 합의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뭘 받았으니까 내준 것으로 생각한다. 대가 없이 하진 않았을 거다. 그 대가라는 게 ‘노획물자’ 아니겠나. 그저 물자를 받았으니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전화를 다시 연결한 것 같다.

B: 남조선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닐까. 외국에 코로나가 한심한데 긴급히 물자를 받으려면 차라리 남조선에서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누가 떠내려가거나 하는 사고가 났을 때 연락을 해야 되니 그런 걸 수도 있다. 요즘에도 황해도에는 배가 없어졌다는 소문이 자주 난다. 이런 사건 사고에 대해 통보하거나 연락하려고 복원하지 않았나 싶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반대로 남측이 연락선을 복원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일단 기본적으로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대통령 인계할 때 되고 하니까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원상복구 해놓으려는 것 아닌가. 문재인이 내년에 끝난다는 건 안다. 끝나기 전에 뭔가 복원을 해놓고서 인계하려고 나선 것이라 본다.

B: 남조선은 계속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다. 원래 있는 사람이 손을 내밀지 않나. 우리를 도와주려고 손을 내민 것으로 본다.

-남북 정상이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모두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고 한다. 코로나와 관련해 남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지금 아메바성 적리, 파라티푸스, 결핵성 늑막염 이런 병들이 돌고 있다. 그만큼 열 환자가 많다. 코로나 때문에 열이 나는 건지는 모르지만 누가 격리시설에 끌려가면 코로나구나 생각하면서도 코로나라고 말은 못 한다. 우리는 코로나 왁찐(백신)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해열제나 진통제, 설사약, 감기약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밀수해서 약을 사 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다.
그리고 창피한 얘기지만 아침 먹고 점심 걱정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친척이 전화가 왔는데, 청진 역전에서 꽃제비 4명이 굶어 죽었다더라. 고난의 행군 때도 역전에서부터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그 꽃제비들은 여름인데도 옷을 6겹을 껴입었다고 한다. 형편이 이러니 남조선에서 먹고 남는 쌀이라도 보내주면 좋겠다. 우리는 강냉이밥이라도 온 식구가 배불리 먹기를 바란다. 아픈 것도 못 먹어서 더 아픈 것이다. 남조선이 한민족으로서 도와주면 좋겠다.

B: 가뜩이나 코로나로 먹고살기 힘든데 남조선에서 쌀을 좀 줬으면 좋겠다. 국가에 쌀이 없으면 농민들은 올해 분배도 또 없겠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앞이 새까맣다. 코로나로 국경 봉쇄하고 국가가 먹여 살린다고 하는데 쌀이 없는 형편이다. 가을에 다 달라붙어서 가져가지 않게 남조선이 좀 도와주면 좋겠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는 북남관계가 좋아져서 경제협력을 했으면 한다. 지금 전기를 농촌으로 다 돌려서 지방공장들은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러니 남조선과 협력해서 항시 일감이 있어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B: 밤에 강냉이 경비를 나와 앞을 쭉 내다보면 남조선이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일 때가 있다. 전기 낭비되는데 왜 밤에 불을 켜놓지라는 생각도 드는데, 한편으로는 북남관계가 개선돼서 전기협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 남조선이 수리관개 설비 같은 것도 지원해주고 우리도 남조선에 필요하다는 것 주고 하면서 서로 협력해 농업 부문의 공업화를 실현하면 좋겠다. 농촌에서 좀 헐하게(수월하게) 일하면 농촌을 서로 떠나겠다고 안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