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탐색전’ 본격화..치열한 수읽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이후 이어져온 남북 당국간 ‘탐색전’이 22일 고위급 회담 이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북한 조문단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귀환을 미룬 채 청와대 예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들어간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고 정부도 이런 북한에 대해 ‘원칙적 대응’을 고수했다.

결국 22일 현인택 통일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 만찬회동을 통해 23일 오전중 청와대 예방이 결정되면서 일단 고비를 넘게됐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고위급 회당이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면서 이번 회담 이후 남북접촉이 추가로 진행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 속도나 양상이 과거와 다를 것임을 시사했다.

전격적으로 성사된 이날 오전 남북 고위급 회동은 외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다는 게 주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특히 정부는 민간 조문사절로 온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격에 맞는 처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측은 회동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왔다며 이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는 뜻을 적극 피력했고 남측 당국자들은 북측의 뜻을 일단 `접수’했다.

회동 이후 현 장관은 기자들에게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며 “(귀환)시간은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이날 오후 중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조문단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을 낳기도 했다.

여기에 북측 조문단 대표인 김기남 비서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해달라고 말했고 김 특보도 적극 움직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오후 들어 현 장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이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정부의 태도는 역설적이지만 좀 더 분명해졌다.

즉, 정부는 북측의 청와대 예방 요구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표명 없이 확답을 미루기 시작했고 이에 당황한 듯 북측 조문단은 귀환을 미룬 채 하루 더 체류를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양측간 기싸움 양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런 입장을 정리한데는 무엇보다도 현 조문정국을 대내외적 선전에 활용하는 듯한 북측의 전략.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 때 정부를 배제하고 민간만을 상대하는 `통민봉관’식 전술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상황에서 덥석 북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판단에는 북측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당시 당국간 협의가 필요한 남북 경협사업들을 일방 합의, 발표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정부는 북한이 다급하게 나오는 것이 이번 방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것 같다”며 “북측의 의도에 대한 정확한 탐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북측이 전해온 `메시지’가 정부의 요구수위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상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수준이거나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만 내놓은 반면 정작 정부가 대북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비핵화 문제에는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정은 학습효과’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5차례나 체류를 연장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 정부의 대응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11개 해외 조문사절단이 22일 밤 입국해 23일 장례식에 참석한 뒤 대통령 면담 일정을 갖는다는 점에서 “사설조문단”(정부 관계자) 성격이 강한 북한 조문단과의 우선적 만남이 과연 적절하냐는 시각도 있었다.

결국 정부의 ‘원칙 고수’는 일정 정도 주효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 만찬회동에서 남북이 ‘청와대 예방’에 합의하면서 그 형식을 다른 나라 조문사절과 같은 방식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조문단은 내일 오전 10시 청와대를 예방, 이명박 대통령을 15분간 면담할 예정”이라며 “미국.일본.중국 등의 주요국 외교사절을 면담하는 일정의 일환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선은 청와대 예방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지에 쏠린다. 북측이 청와대 예방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난달 30일 억류된 800연안호 선원에 대한 송환 계획이나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에 대한 입장이 교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특사조문단의 서울방문은 분명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좋은 신호를 줄 것이지만 향후 전개될 상황은 과거와 분명히 다를 것”이라면서 “북한도 자신들의 의도대로만 상황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 될 것임을 이번에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