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첫 문학잡지 ‘통일문학’ 반입불허 위기

이달 하순 국내에 배포될 예정이던 남ㆍ북한 첫 공동 문학잡지 ‘통일문학’이 일부 구절의 이적성 여부가 논란이 돼 반입 자체가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통일문학’은 지난 5일 평양에서 5천부가 인쇄된 뒤 11일 중국 선양에서 남북과 해외 문인들이 모여 창간식을 가졌고, 이달 하순 개성을 통해 2천부를 건네받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19일 “잡지에 실릴 원고의 초고를 검토해 문제가 되는 구절이 삭제되지 않으면 반입이 어렵다는 점을 이미 지난해 12월 6.15 민족문학인 남측 협회에 통보했다”면서 “현재 이 부분이 수정되지 않고 인쇄된 것 같은데, 반입 허용에 대해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문제 삼은 구절은 북한 문인이 쓴 소설과 시에 한 차례씩 등장하는 ‘수령님’이라는 호칭과 ’89년 초 북남작가회담 개최에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서로 만나기로 하였는데 그 력사적 장거가 남측 당국에 의하여 차단되었다’라는 수필 속 글귀 등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잡지에 나오는 표현이 남측 정서에 어긋나는 지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반입)불허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문인들은 통일부의 이런 방침이 남북 문화 교류를 후퇴시키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6ㆍ15 민족문학인 남측 협회 정도상 집행위원장은 “문학 작품을 일반 글과 같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글귀 한 구절만 뚝 떼어서 문제 삼는 것은 남북 교류 자체를 불허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통일문학’에서 정치적 색채를 가진 작품은 배제한다는 게 남북한 문인들의 원칙”이라면서 “북측은 당초 수령을 직접 형상화한 선군 문학을 게재하고 싶어했으나 이런 원칙에 따라 처음 입장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일문학’에는 남측에서 이청준 ‘눈길’, 은희경 ‘빈처’, 방현석 ‘존재의 형식’, 김서령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북측에서 장기섭 ‘우리 선생님’, 최련 ‘바다를 푸르게 하라’, 권장률 ‘영근 이삭’, 리청 ‘고려의 아침’ 등 정치색이 거의 없는 작품이 실렸다.

진보적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김형수 6.15 민족문학인 남측 협회 집행 위원은 “‘통일문학’은 남ㆍ북한 문학 교류의 ‘첫 결실'”이라면서 “정부에 의해 잡지 반입이 불허된다면 북한 쪽의 신뢰를 잃어 문학 교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은 “정부 기관이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면서 “(잡지 반입이) 끝내 불허되면 문인들이 나서서 공동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문학은 2006년 10월 금강산에서 남과 북, 해외의 문학인들이 결성한 ‘6.15 민족문학인협회’의 기관지로 ‘겨레가 함께 읽는 문학지’를 표방하는 반년간 문학잡지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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