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편의제공에 적극 노력한 지방 공기업과 자치단체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3월 말 데일리NK에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이 모 씨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노원구청과 SH공사가 5억여 원을 들여 북한이탈주민이 밀집된 아파트 단지 내에 남북한 주민들의 정서상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지난달 7일 헬스장과 독서실을 오픈했다는 내용이었다.
탈북자 밀집 지역에서 끊이지 않던 남북한 주민 간의 갈등 소식, 최근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소식, 몇 건의 한국정착 탈북자 입북, 여기에 최근 북한 정권의 계속된 도발위협 등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과 자치단체가 갈등 해소에 대한 나름의 해법찾기에 나섰다는 기분 좋은 제보였다.
조준행 중계4단지 관리소장은 “리모델링 전 이곳을 봤다면 얼마나 변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부 공사에 비용과 노력이 많이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노원구에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 수는 994명(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양천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중계4단지에는 405명(노원구 전체의 40.7%)이 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밀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남북한 주민 간 갈등도 깊었다.
조 관리소장은 “일반 주민들은 청약을 들어 어렵게 입주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집을 받아오다보니 갈등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힘든데 왜 북한이탈주민에게만 시민의 세금으로 돈을 주고 집을 주냐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에선 층간 소음문제 등으로 남북한 주민들의 말다툼이 빚어지면 ‘편 가르기’ 현상이 벌어져 다툼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았다. 노원구는 이 문제의 원인을 서로의 소통부재에서 찾았다.
정수영 노원구청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헬스장과 독서실을 만든 것은 북한이탈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면서 “노원구청이 행정안전부 특별부금을 받아 9700여만 원을 지원하고 SH공사가 4억여 원을 투자해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주민공동시설을 활용해 소통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행정안전부의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 같은 취지에 해당 사업체인 SH공사가 동참하면서 계획이 현실화 되었다는 것이다.
시설을 이용 중인 한 탈북자는 “단지 내에서 북한사람이라면 괜히 피하고 싫어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운동을 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주민들도) 북한사람을 직접 상대해보니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헬스장에서 서로 알아가면서 단지 내에서 만나면 서로 보면 인사를 한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 관리소장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주민들이 헬스가 낯선 북한이탈주민을 도와 자세를 잡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 “학생들도 소통의 장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서로 교감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초반이지만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오픈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두 시설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이용자 수(헬스장 130여 명, 독서실 40여 명)도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정한 이용료도 고착화되지 않았다. 한 달 이용료는 헬스장의 경우 2만원, 독서실은 6만 원가량이지만(북한이탈주민 10% 가량 할인), 향후 손익분기점을 오가는 수준에서 조절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