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만이 해법 아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8일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선순환이 되도록 하는데 있어서 “남북 정상회담만이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이 연구소가 ‘2.13 합의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개최한 통일전략포럼에서 남북관계에서의 능동적인 정부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가 북핵문제를 견인할 수도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만 앞장설 수 있다거나 정상회담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상회담은 어느 때라도 해야 하지만 안돼도 다른 것으로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모든 것을 거기(정상회담)에 환원시키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은 우리가 하겠다는 의지만 밝힌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 하고 싶은가도 같이 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가 정확히 뚫렸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13합의 이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간 신뢰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라며 “북미관계 정상화 조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북한이 조만간 핵을 포기할 것인지 가질 것인지 결정하는 ‘진실의 순간’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2.13합의는 북핵문제 해결을 단순한 위기해소 차원을 넘어서 동북아에서 새로운 평화 안보협력질서 창출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망을 시사한 것”이라며 “한미간 핵심적 이견 해소로 균열론을 일축하고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등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로 북한도 국가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고 피(被) 포위의식의 완화로 선군(先軍) 정치의 이완이나 해소과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둘러싸고 ‘몽니’를 부린데 대해서는 “북한은 국제금융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당장 며칠 회의를 공전시킬 수 있지만 명료하게 풀리면 앞으로는 더욱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13합의 이행에 있어 난제로 꼽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대안을 제시했다.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는 “미국이 정보를 과장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HEU공장을 건설해 뭘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며 (장관직에서) 나왔다”면서 “BDA방식처럼 상대방의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경수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과 평화공영을 추구한다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고 신포경수로 활용문제도 재검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불능화 범위와 수준에 관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북핵문제의 핵심은 북미간 신뢰문제로 귀착될 것인 만큼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통로인 관계 정상화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방식과 관련해서도 “한국 배제의 비상식적 상황이 아닌 한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면서 “논리적.역사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안은 남북한과 미.중의 4자협정이나 4자 기본협정과 4자내 쌍무협정을 중첩한 이원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제한적인 국내문제이자 제한적인 국제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합의하려 해서는 안되고 별도의 포럼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아울러 “북핵문제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외교안보는 동맹과 다자안보가 중첩적으로 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11일 통일부 장관에서 퇴임하고 세종연구소로 돌아간 뒤 수차례 공개 강연을 한 적은 있으나 공식적인 학술발표로는 이번이 처음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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