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조기에 열리나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관계국 간 본격적인 논의가 임박해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남북 장관급회담 조기 개최를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과 결과가 주목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남북 장관급회담이 다음달 초에 개최될 경우 북핵 2.13 합의 2단계 이행과 맞물려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한 남북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 조기 회담 가능할까 = 장관급 회담을 일찍 열자고 북측에 제안한 배경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변화가 깔려있다.

실제 지난 6월 중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풀린 것을 시발로 한동안 유보됐던 정부의 대북 쌀차관 40만t 지원이 이뤄졌고 이어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전격 방북이 단행됐으며 대북 중유 지원이 시작되는 등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 1일 끝난 21차 장관급 회담에서 차기 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면서 “주변 상황이 호전된 만큼 차기 회담 날짜를 정하는 절차의 하나로 북측에 8월초 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남북간 최고위 대화채널인 장관급 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관급 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은 21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간 뚜렷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기합의된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이달중 개최하는 것보다 상위체계인 장관급회담을 여는 것이 남북관계 진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남측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아직 북한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도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2주 정도 사이에 답이 없다고 해서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가 장관급 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6자 회담과 6자 외무장관 회담 등 여타 굵직굵직한 회담들이 진행되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8월초 장관급 회담에 응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았다.

◇ 차기 장관급회담서 평화체제 논의하나 = 정부 부처와 민간 분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북측에 제안할 정리된 평화체제 방안은 아직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북정책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당위론적 차원이지만 장관급회담에서 평화증진 또는 평화체제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언상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관급 회담이 남북 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틀인지에 대한 질문에 “장관급 회담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역사적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 차관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과정은) 결국 머지않은 장래의 통일과정에서 겪어야할 과정인 만큼 그런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이제 논의단계이니 그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통일안보정책을 조율하는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에 대한 여러 정부 구상들이 잇따라 보도된 데 대해 ‘섣부른 얘기들’이라며 진화하는 분위기이다

남북 장관급 회담 조기개최를 제안한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평화체제 논의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장관급회담에서 평화체제가 논의된 적이 없고 이 문제가 의제로 오르기 위해서는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검토가 돼야 하지만 회의 전 단계인 비서관급 레벨의 회의에서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1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간 평화정착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남북국책연구기관 간 공동회의와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했으나 당시 대북 쌀 지원문제에 막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21차 장관급회담 때와 지금은 상황이 변한 만큼 평화체제 논의를 하자면 안보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다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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