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의제와 전망

북핵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남북이 29일부터 나흘 간 장관급회담을 열고 다양한 의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이번 회담은 지난 17일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으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열리지만 북핵 ‘2.13합의’ 이행 지연으로 대북 쌀 지원이 미뤄진 데 대한 북측의 반응이 변수다.

정부는 쌀 지원 의지는 확고하고 2.13합의가 이행된다면 곧바로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을 설득할 예정이지만 쌀 지원 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한 남측의 동조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삼고 있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8일 “쌀 제공을 2.13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은 민족 내부의 상부상조에 스스로 장애를 조성한 것”이라고 보도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쌀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북측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보지만 지금 상황에서 북측의 반응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소간의 신경전은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 많은 가운데 북측이 남측의 쌀 지원 유보 배경을 받아들인다면 회담은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정부는 ▲군사적 신뢰구축 등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업 ▲철도 부분개통과 개성공단 통행.통관문제 등 경협활성화 방안 등을 주요 의제로 제안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도 철도 부분개통은 열차 시험운행의 모멘텀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통근 및 개성공단 물자 수송→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통근 및 개성관광 관광객 운송→서울-평양 등 남북 간 정기열차 운행 등 3단계에 걸쳐 철도 개통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이 중 1단계에 대한 합의라도 이번 회담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1만5천명을 돌파하면서 버스와 자전거 만으로는 출퇴근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북측도 출퇴근용 열차 운행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라도 철도가 개통하기 위해서는 군사보장 합의서가 필요해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2.13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방안을 적극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상주대표부 설치, 국방장관회담 개최, 남북 간 군사력 운용통제 및 상호검증 등 군비통제, 남북 국방장관 사이의 군사직통전화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상호 통보 및 참관 등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은 장관급회담에서 군사문제를 다루기 꺼리는 경향이 있어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기보다는 개괄적으로 향후 논의의 방향만 정해도 성공적이라는 분석이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는 남북간 이견의 골이 더 깊은 사안이다.

북측은 지난달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 이르기까지 줄곧 납북자라는 용어 자체부터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여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지난 20차 장관급 회담에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적십자회담에서 다루기로 합의해 북측이 논의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하나같이 만만한 이슈가 없어서인지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국내외 정세가 가변적인 상황에서 남북 간 합의된 회담이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기대치를 낮췄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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