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에 관심 집중

▲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19차 남북장관회담

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0차 장관급회담은 북핵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7개월만에 열리는 본격적인 남북대화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남북대화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북한의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을 가속화하고 종국에는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동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지원과 이산가족상봉,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 남북국방장관회담 등 양자간 문제는 물론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등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협의하겠다는 생각이다.

남북 모두 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회담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편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적지않아 결과를 쉽게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 인도적 사안 = 인도적 사안에는 크게 대북지원과 이산가족상봉이 있다. 대북지원이 북측이 원하는 것이라면 납북자.국군포로문제까지 포함한 이산가족 상봉은 상대적으로 남측이 기대하는 이슈다.

북측은 회담에서 우선 작년 미사일 발사 이후 유보된 쌀.비료 지원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남측도 `2.13합의’로 핵문제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지원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이다. 북측이 올해 지원분에 더해 작년 유보분을 함께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작년에 유보된 규모는 차관형식으로 제공되는 쌀이 50만t이고 무상지원되는 비료는 10만t이다.

정부는 올해 예년 수준인 쌀 50만t, 비료 35만t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어 만약 북측이 작년 유보분까지 반영해 이 이상을 요구한다면 진통이 있을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대북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예년 수준 이상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봄 파종기에 쓰여야 하는 비료는 장관급회담을 통해 일부 지원을 결정한 뒤 6자회담 진전상황을 보며 추가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쌀은 재개 원칙에 합의한 뒤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통해 그 양과 시기 등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북지원 재개와 맞물려 작년 하반기 중단됐던 이산가족상봉 행사도 자연스럽게 합의될 전망이다.

작년 4월 제18차 회담에서 처음으로 공동보도문에 담겼던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진전을 이룰 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별도의 당국 간 채널을 가동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자는 생각이지만 북측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슈여서 이에 적극적으로 응할 지는 불투명하다.

남측은 18차 회담에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면 대북 경제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만큼 올해 들어 경제재건을 강조하고 있는 북측이 움직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 경제협력 사안 = 작년 5월말 예정됐다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로 무산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가장 큰 관심이다.

당시 군부의 반대로 시험운행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핵문제 진전에서 보듯 군부의 강경입장이 다소 누그러졌다면 전격 합의도 기대해 볼만 하다.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진다면 이를 전제 조건으로 합의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도 가능해진다.

작년 6월 경협위에서 합의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은 남측이 의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이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클링커,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울러 남북이 모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에 대해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포괄적인 협력, 발전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

◇ 군사관련 사안 = 군 관련 이슈를 장관급회담에서 직접 다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군사회담 재개 문제는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군사적 긴장완화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연기된 열차시험운행을 비롯해 임진강수해방지사업, 한강하구 모래채취사업 등 각종 경협사안들도 북측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없으면 진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군사관련 회담 재개에 대한 남측의 의지는 각별하다.

회담에서는 우선 작년 5월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장성급회담 재개 문제가 논의되겠지만 2000년 1차례 열린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도 협의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면 장성급회담 등에서 첨예하게 맞섰던 이슈인 북방한계선(NLL) 문제는 물론 군사 핫라인 설치를 포함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사 분야 합의사항의 이행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북핵문제 및 평화체제 = 정부는 최근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뤄진 `2.13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북측에 당부할 계획이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1일 국회 상임위에서 수 차례나 이를 강조했다. 아울러 남측은 북측이 2.13합의를 이행할 때 얻게 되는 각종 정치.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회담이 `퍼주기 회담’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고 6자회담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남측은 이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정부는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논의는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북한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그동안 장관급회담에서는 핵문제를 포함한 외교사안은 통상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초청하는 등 초기조치 이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거부감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나 이재정 장관이 전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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