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잇단 엇박자 행보

“대북 정책 추진의 `타이밍’에 관한 한 올해 이명박 정부는 억세게 운이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16일 올해 우리 정부의 대북 행보가 시기적으로 북한, 미국 등과 잇달아 엇박자를 낸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가장 최근의 경우로 정부가 지난 13일 남북간 출입자 통보 및 승인에 필요한 군(軍) 통신 자재.장비 제공을 북에 제의한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정부의 제공 방침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바로 전날 판문점 직통전화를 차단하고, 통행 제한 조치를 예고한 북한의 압박에 밀렸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대남압박에 따른 것은 아니다”며 “우리측의 통행에 불편이 있어 민원이 계속 제기돼 북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실제로 북한에 주기로 하고 시기를 저울질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통일부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이틀만 일찍 결정했어도 압박에 밀려서 준다는 말은 듣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앞서 남한 정권교체 후 약 한달간 침묵하던 북한이 지난 3월27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당국자를 추방하며 대남 공세를 시작하기 직전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당국자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지난 9월22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를 통해 “정부는 3월에 북한과 대화할 준비를 갖고 있었지만 3월27일 개성 남북경협사무소 남측 당국 직원이 추방되면서 상황이 좋지 못해 회담을 제의할 여건이 못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개성공단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한다는 복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6.15, 10.4 선언 이행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처음 언급하면서 전면적 대화 제의를 한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에 사망했다.

이 대통령이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감수한 채 예정된 대북 발언을 했지만 충격적인 사건의 무게에 눌려 국내적으로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특히 이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정부의 대북 행보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또 대북 식량지원 시기와 관련, 결과적으로 미국과 엇박자를 낸 적도 있었다.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추진되다 중국의 수출 쿼터제 적용 때문에 미뤄진 대북 옥수수 5만t 지원 건의 시기를 검토하다 5월13일 북한에 관련 협의를 제안했다.

이 때는 비록 공식 발표(5월16일) 전이긴 하지만 미국이 50만t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후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북 행보를 뒤따라가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지금 와서 보니 정부가 좀 더 과감하게, 선도적으로 대북 행보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 두가지 사례에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가 모종의 대북 제의를 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선수’를 치듯 대남 공세를 편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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