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인권’ 개념 달라”

남과 북이 ‘인권’이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인권개념이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적 의미와 대상이 전혀 다른 가운데 특히 북한이 인권문제를 체제안보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 사이에 진지한 인권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5일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주최한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남북한 통합과제’라는 주제의 학술심포지움에서 “남한의 경우 1990년대를 거치면서 민주화의 진전, 사회의 다원화를 반영해 아래로부터 실천의 영역에서 인권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 여성, 장애인, 외국인노동자의 권리 등의 범주로 인권개념이 실천적으로 확산되는 반면, 북한의 경우 당.국가가 인권논의를 독점하는 가운데 실천의 영역으로 인권개념이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남북 모두 분단에 따른 체제경쟁과 정통성 경쟁의 상황속에서 자신의 정권유지라는 관점에서 인권문제에 접근해왔다”며 “남한의 경우 쿠데타에 따른 정당성 결여로 인해 경제성장과 인권문제를 연계시켜 왔고 북한은 일인지배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주체사상과 인권개념을 연계시켜왔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분단체제하에서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유엔을 의식해 ‘세계인권선언’을 ‘치국의 지표’, ‘민주주의의 성전’으로 설정하면서 “북한 동포들은 인권을 유린당하고 인간의 가치와 자유를 부정당한 채 공산주의의 암흑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국내적으로 개발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빈곤을 추방하지 않고서는 인권은 확보될 도리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도 1981년 9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전격 가입한 것은 당시 광주민주화 항쟁으로 남한의 인권상황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남한의 인권을 비판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남한에서는 1987년 민주화 운동과 6.29 선언을 거치면서 아래로부터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북한은 1990년대 구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에 따라 체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계급의식에 기반한 기존 사회주의 인권 개념”에 주체사상이 결합된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의 권리”를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도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 숭고한 가치라는 점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은 “다만 제국주의 세력이 이러한 숭고한 보편적 가치를 악용해 자신의 가치를 전파하고 지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대 국내외 관심사로 부상한 북한 인권문제를 접근하는 있어서 국내 진보진영은 식량권 등 ‘생존권’ 우선 해결을 주장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분배투명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개인이 국가권력의 간섭 또는 침해를 받지 아니할 권리인 ‘자유권’ 우선해결을 주장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이들을 통합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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