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획기적’ 확대 불발

남북정상회담과 총리회담에서의 이산가족 상봉확대 합의 후 열림으로써 ’획기적 확대’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제9차 적십자회담이, 북측이 내세운 “행정력 부족”이라는 벽에 부닥쳐 과거에 비해 몇 발짝 나아가지 못했다.

남측은 ’상시상봉’ 실현을 염두에 두고 매달 100명씩 대면상봉 행사를 열고, 이미 상봉한 이산가족들을 대상으로 매주 소규모 재상봉 행사를 병행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북측은 ’연간 400명 상봉’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군포로.납북자를 가리키는 남북 당국간 공식 표현인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과 상봉 확대 대책도 북측의 냉담한 반응 속에 사실상 제자리를 맴도는 데 그쳤다.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확대의 일환으로,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면 상봉신청자 1명만 가족을 만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 대 가족’ 방식으로 바꾸고 면회소 숙박시설에서의 동숙상봉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상봉 규모와 횟수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면서 거론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남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 물리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남측 회담 관계자들은 전했다.

북측이 말하는 ’행정력 문제’란 이산가족 현황을 전산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시설의 부족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2000년 9월 제2차 적십자회담 때 이산가족 9만여명의 생사확인을 한꺼번에 하자는 남측 주장에 “컴퓨터 1천대를 지원해 주면 생사확인이 가능하다”며 거부했었다.

남측은 고령의 이산가족이 연간 4천∼5천명 사망하는 것을 들어 “인원을 줄여 매월 50명씩 대면상봉을 하자”는 안도 내놨으나 북측은 ’연간 400명’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와 관련, 남측은 “기존 이산가족 상봉 때 특수 이산가족 형태로 끼워넣자”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으나, 상봉 가족 수를 대폭 늘리고 이들 가족의 상봉을 공식화하자는 요구를 관철하지는 못했다.

“북측은 합의문 초안에 이 문제를 넣지도 않았고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회담 관계자의 설명은 북측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화상상봉을 진행한 이산가족의 재상봉이나 영상편지의 분기별 교환에 관한 합의는 고령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적십자회담은 또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으나, 생사확인→상봉→영상편지 교환’이라는 이산가족 해법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상봉한 이산가족들에 한해 영상편지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아직 상봉해보지 않은 이산가족들로 확대하고, 양상상봉을 한 이산가족들만 대상으로 한 금강산면회소 재상봉을 대면상봉을 한 이산가족들에게로 확대하는 것도 숙제로 남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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