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육상통행 제한에 민간단체들 신규사업 우려

남북 육상통로를 이용한 통행이 12월1일부터 극히 제한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벌여온 민간단체들은 새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유지해나가는 데 우선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일 통행 인원과 차량 수가 제한됨으로써 이들 단체 지원의 적체 현상도 나타날 전망이다.

이들 단체의 북측 창구측은 개성 대신 평양을 통한 접촉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재정이 열악한 단체들로선 비용과 시간면에서 큰 부담이기 때문에 남북간 민간교류.접촉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인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시국회의’에 지원단체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등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기 위해 민간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성 송도리협동농장을 지원하고 있는 통일농수산사업단의 장경호 실장은 북측과 지난 28일 개성에서 가진 협의 때 내달부터 일주일에 1회, 2~4명의 핵심 실무자만 방북할 것을 요청받았다며 “종래엔 일주일에 보통 2~3회, 7~10명씩 방북했는데 방북 인원과 횟수가 줄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30일 말했다.

그는 “내달엔 일단 비닐하우스나 양돈장 관리, 수의사 방북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새해 봄철 사업을 시작하려면 내년 1~2월 북측과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남북경색이 계속될 경우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개성지역에서 협력사업을 펴고 있는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이처럼 방북 규모가 축소되지만 당국간 관계가 얼어붙기만 하는 상황에서 “일단 지켜보면서, 주어진 정세 속에서 지원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대북지원 단체간 공동대응 협의도 가능하겠지만 북측의 방문 제한 조치는 단체나 북측 파트너의 손을 떠난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며 “남북 당국간 갈등이고, 특히 (북한) 군부가 걸려 있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은 내달 20만장의 연탄을 3일, 4일, 9일 세 차례 걸쳐 개성지역에 전달할 계획이지만, 후원자들의 방북이 제한됨에 따라 앞으로 지원물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개성성방문 차량을 하루 150대 이하로 제한함으로써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물자수송이 우선될 경우 지원단체들의 물자 수송이 적체될 가능성도 있다.

이 단체의 윤유선 실장은 “우리는 애초 약속대로 지원하자는 입장이고, 북측에서도 인도지원 사업이 계속되기를 희망해 조만간 방북 실무자들에 대한 초청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고 “이전에는 단체 후원자들이 함께 방북해 북측 주민과 함께 연탄 하역작업을 했는데 내달부터는 불가능해졌다”면서 후원자 방북이 계속 제한받을 경우 물자 지원규모가 줄어들까 우려했다.

학술분야 남북협력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달초 개성의 고려 궁성 유적인 ‘만월대’에 대한 제3차 남북 공동발굴을 시작한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신준영 사무국장은 “내달 23일까지 남측 발굴단 7명은 이전처럼 개성에 상주하면서 발굴을 계속하지만 내달부터 발굴단 이외 인원은 현장 출입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내달로 예정됐던 두 차례의 조사 자문위원회중 1차는 이달에 앞당겨 열었는데 2차 위원회는 열 수 없다”며 “북측 파트너는 출입통제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우리는 올해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만월대 발굴을 위해 남측에서는 자문위원인 전문가들과 함께 입체영상 촬영기사, 사진작가를 포함해 한달에 보통 35명정도가 현장을 찾았는데 이들의 방북이 차단되면서 발굴 규모나 보고서 작성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북측이 내달 이후 개성지역을 통한 민간교류는 엄격히 제한하는 데 비해 평양 쪽 교류에는 아직 특별한 제한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북측 실무자로부터 “내달 이후에도 남북간 민간교류는 계속할 것이니, 개성이 안되면 평양 쪽에서 만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의 장애인 복지시설을 지원하는 등대복지회의 조 일 사무국장도 “내달 10~17일 권오덕 대표와 함께 평양을 방문해 여러 사업장을 둘러볼 계획”이라며 “평양 방문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변경 요청은 없다”고 말했다.

북민협의 권용찬 운영위원장은 “내달 중순 북민협 워크숍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남북한 당국을 향해 지금의 경색을 풀자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나 “현재 민간단체로서는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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