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열차시험운행 합의 불발 배경은?

남북이 14∼15일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실무접촉에서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것은 일단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 착수시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이번 접촉결과에 대해 “양측이 열차시험운행 상반기 실시와 이를 위한 군사보장 문제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의 개시 시점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 북측도 군사적 보장조치가 시험운행에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북측이 경공업 사업을 빨리 하자고 서두른 게 합의 불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은 우리측이 의류, 신발, 비누 등 3대 경공업 품목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이 지하자원과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사업.

작년 6월 제12차 경협위에서 별도 합의서가 타결됐지만 당시 우리 측은 경협위 합의문 1항에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조건이 조성되는 데 따라 조속히 발효시킨다”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여기서 조성돼야 할 ‘조건’은 열차 시험운행을 의미한다. 북측도 이런 해석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기록됐다고 당시 통일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른 이행 순서는 ‘군사보장→시험운행→경공업 원자재 제공’이다.

이 경공업 사업의 착수 시기가 이번에 쟁점이 된 것은 북측이 원자재를 받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공업-지하자원 합의서에는 경공업 원자재 제공에 앞서 해야 할 준비작업들이 규정돼 있는데, 북측은 이런 사전 작업이라도 먼저 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전작업에는 발효 1개월 내에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문제를 협의하는 총괄 이행기구를 지정해 상대측에 통보하고 이 통보일로부터 15일 내에 접촉을 갖도록 한 게 들어간다.

양측 이행기구 사이에 경공업 원자재의 품목, 수량, 수송경로 등 세부 절차를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북측이 원자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측은 경공업 원자재를 직접 받는 것은 열차 시험운행 이후가 되더라도 이를 위한 사전 협의를 미리 진행해 시간을 단축시키자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합의서대로라면 적어도 한 달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자재 확보가 다급한 북한의 사정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제12차 경협위 합의에 따라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져야 합의서 자체가 발효된다는 점을 들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제20차 장관급회담에서 우리 측이 쌀 차관을 협의할 제13차 경협위의 개최 시기를 북핵 ‘2.13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시한 이후로 잡은 사례로 미뤄 볼 때 북측이 요구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함께 양측이 이번에 군사적 보장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지만 그 보장의 수준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시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측이 열차의 군사분계선 통과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북측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보증이 없는 한 지난해 5월 시험운행이 무산된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영구적인 군사보장을 제시했는지, 아니면 시험운행에 국한한 1회성 보장에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보장의 수위 문제는 향후 협상에서 경공업 협력의 이행시기와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제21차 장관급회담이 열리기 전인 5월에는 시험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쪽에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향후 추가 접촉을 갖고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이 경공업 원자재 제공 시기를 놓고 맞섬에 따라 결국에는 4월 18일부터 열리는 제13차 경협위로 넘겨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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