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역사학자들 금강산서 고구려유적 학술회의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악3호분의 피장자 문제 등 북한 지역의 고구려 유적들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과 북한 사회과학원은 7월 열흘동안 벌였던 북한 고구려유적의 공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9일 북한 금강산의 금강산호텔에서 ’남북 고구려유적 공동조사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남측 5명과 북측 4명의 역사학자들이 모두 9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인 이날 학술회의에서 논의의 주된 초점은 안악3호분의 피장자 문제에 쏠렸다.

황해남도 안악군 용순면 유순리에 위치한 안악3호분(북한 국보28호)은 삼국시대 벽화고분 중 최대급에 속하는 무덤으로, 벽화와 더불어 동수(冬壽)라는 인물의 신상명세가 기록된 묵서명문(墨書銘文)이 발견됐다.

우리 역사학계에서는 안악3호분이 ’동수묘’라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지만, 북측에서는 고국원왕(故國原王)의 무덤이라는 ’고구려왕릉설’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의 역사해석 차이가 확연한 이 문제에 대해 남과 북의 역사학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학술회의에서도 ’안악3호분의 피장자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남북 간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밭대학교 공석구 교수는 ’안악3호분의 주인공 문제’라는 발표에서 우리 나라에 흔히 ’동수묘’로 알려진 안악3호분의 피장자는 당시 중국 전연(前燕)에서 336년 고구려에 투항한 ’동수’라고 주장했다.

공 교수는 그 첫번째 근거로 안악3호분에서 발견된 묵서를 들고, “일반적으로 무덤 안에 주인공 이외의 인물에 대한 묘지명을 써넣은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악3호분 서쪽 벽에 그려진 벽화의 주인공이 쓰고 있는 관에 대해서도 공 교수는 북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왕이 썼던 백라관(白羅冠)이 아니라, 중국의 무관직이 주로 착용했던 무관(武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수의 관직은 무관을 주로 착용했던 삼품장군(三品將軍)에 해당하므로 동수는 안악3호분 고분벽화 주인공의 관을 쓸 수 있는 신분적 위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분벽화 주인공 옆에 그려진 절(節)에 대해서도 “고대 중국에서 황제나 왕이 하사하는 위세품이었던 절(節)이 보이는데, 고구려왕은 오히려 절을 수여해 줄만한 위치에 있었으므로, 무덤의 주인공은 고구려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벽화에 그려진 절은 피장자인 동수가 하사받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남측 역사학계에 지배적인 공 교수의 ’동수묘설’에 대해, 북한 사회과학원 고구려사연구실장 조희승 박사는 ’안악3호무덤의 피장자와 신원장수산 유적에 대하여’라는 발표에서 북측의 기존 입장인 ’고구려왕릉설’을 재확인했다.

“사대주의에 물젖은 일부 사람들 속에서 안악3호무덤이 중국의 망명객 동수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며 남측학자들이 주장하는 ’동수묘설’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발표를 시작한 그는 “안악3호분의 벽화에서 보이는 250여 명의 행렬이 국왕급이지 동수 따위의 망명객이나 그 묵서에 쓰여진 장군벼슬 정도가 거느릴 수 있는 행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렬도의 성상번(聖上幡)이라고 쓰여진 깃발의 ’성상’은 ’신성한 상감, 임금’을 가리키고, 주인공이 쓴 관은 무관(武冠)이 아니라 왕이 썼던 백라관(白羅冠)이기 때문에 “안악3호분은 고구려왕릉”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일본은 덕흥리고분, 안악3호분 등의 무덤은 다 망명객 것이라고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고구려사가 왜곡될 수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고구려사를 빛내어 가는 입장에서 논의해보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북 두 학자의 발표 이후 이뤄진 안악3호분 피장자 문제에 대한 토론은 서로의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북측의 조희승 박사는 “사료해석과 방법론 상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그런 차이를 줄여가는 방향에서 북남 공동의 연구를 심화시켜가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학술회의를 주최한 고구려연구재단의 김정배 이사장은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고구려의 역사를 논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북측의 좋은 발표들을 거울삼아 보다 심화된 연구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이 두 발표 외에도 남측의 ’고구려 고분벽화의 묘주상 연구’(김진순ㆍ고구려재단) ’고구려고분벽화에 보이는 불교회화’(문명대ㆍ동국대) ’진파리 고분군 조성에 관하여’(강현숙ㆍ동국대) ’평양의 고구려도성’(임기환ㆍ고구려재단)과, 북측의 ’태성리3호벽화무덤의 축조연대와 피장자 연구’(김인철) ’안악3호무덤 행렬도의 역사적 배경에 대하여’(송순탁) ’덕흥리벽화무덤에 보이는 유주의 성격’(강세권)등 모두 9편의 논문이 발표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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