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류화가 교류전 추진 서양순 화백

“북녘에도 여류 화가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난 12∼16일 중국이 자랑하는 대규모 아트페어인 베이징(北京)예술박람회에 참가한 서양순(67) 전 한국여류화가회 회장은 20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남북 여류화가 교류전을 위한 물꼬를 튼 것이 이번 박람회에서 거둔 최대 성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100여개국에서 1만여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박람회에서 그 역시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참가했다. 국제무대에서 작품을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여성위원장으로서 남북 여류화가 교류전을 성사시켜보겠다는 게 또 하나의 목적이었다.

이번 박람회는 자신의 구상을 펼치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베이징 궈마오(國貿)센터에 설치된 전시장에는 북쪽의 만수대창작사에서도 나와 독자 부스를 차리고 작품을 전시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는 남쪽 화가들과 북쪽 화가들이 자연스럽게 뒤엉켰다. 서로의 부스로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작품평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 화백은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대 작가’로 선정된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단장 김동환(46) 화백을 만나게 됐다.

서 화백은 김 단장에게 남북 여류화가 교류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나도 힘을 보태겠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심지어 노트에 자신의 친필을 적어주면서 “평양에 오면 꼭 저를 찾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서 화백은 전했다.

서 화백은 김 단장의 작품에 대해 “북쪽 화가들의 작품은 대체로 사물의 정확한 묘사에 치중해 고전적인 느낌을 주지만 김 단장의 작품은 붓이 거침없을 뿐 아니라 정확한 묘사 위주에서 탈피해 현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극찬했다.

남북 여류화가 교류전은 서 화백이 지난 1992년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창설 4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옌지(延吉)을 방문했던 경험에서 싹튼 구상이었다. 당시 그가 묵었던 바이산(白山)호텔에는 북쪽 대표단도 머물고 있었고 호텔을 오가면서 마주쳤던 북녘 사람에 대한 기억이 오늘날 남북 여류화가 교류전 추진이라는 길로 자신을 안내한 셈이다.

서 화백은 “호텔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북쪽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서울에서 왔습니다’며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 상대방은 애써 못들은 척 고개를 돌리곤 했다”며 “하지만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북녁 화가들은 다들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이어서 큰 변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박람회에서 뜻하지 않았던 선물까지 받았다. 친훙치(秦宏奇) 박람회 조직위 비서장이 직접 통역을 대동하고 자신의 부스까지 찾아와 금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통보했던 것이다.

서 화백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까지 받게 돼 아직까지 기분이 얼떨떨하기만 하다”며 “상도 의미가 있지만 어렵사리 물꼬를 튼 남북 여류화가 교류전의 성사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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