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접촉과 DJ방북 전망

북측이 5일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해 옴에 따라 DJ 방북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번 제안은 정부가 지난 달 말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으로부터 DJ의 6월 중 방북에 의견을 같이 한다는 답을 받아낸 데 이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제안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방북을 위한 절차가 한걸음 더 진척됐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DJ 방북을 위한 정부와 DJ측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정부측은 북측으로부터 실무접촉 제의가 오는 시기를 DJ 방북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하는 시점으로 여겨왔다.

정부는 이날 북측 제안을 받은 직후 DJ측에 해당 내용을 전한데 이어 곧 실무접촉 대표단 구성문제를 비롯해 방북 경로, 일정, 규모, 절차 등 제반사항에 대한 입장을 DJ측과 조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정부측에 지원을 요청하고 제반 행정 사항을 정부에 위임한 바 있다”며 “정부는 바로 실무접촉단 구성을 위한 상의에 들어가고 추후 방북 지원단도 구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은 북측이 실무접촉 대표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을 포함해 4명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금강산관광사업에 주로 관여하고 있는 리 부위원장이 차관급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실무접촉의 격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 북측이 이번 방북을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물론 리 부위원장이 2004년 6월 서울에서 열린 ‘6.15 4주년 토론회’에 참석해 DJ를 면담한 적이 있는 점을 들어 DJ측과의 인연을 감안한 북측의 배려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측 실무접촉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쪽에서는 먼저 DJ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DJ측에서 맡든, 정부에서 맡든 간에 북측에 걸맞는 중량급 인사가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방북에 대한 관심은 방북 시기와 방법, 의제 등에 맞춰지고 있다.

일단 북측이 6월 방북을 수용한 만큼 시기 문제는 6.15를 기점으로 그 전에 이뤄질지, 아니면 뒤로 밀릴 지에 쏠려 있다.

이에 대한 DJ측의 공식적인 희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6월 하순의 경우 독일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는 시기이고 초여름으로 접어든다는 점, DJ의 건강 등을 감안할 때 초순을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북측이 DJ 방북을 초청할 때 말한 ‘좋은 계절’도 하순보다는 초순에 가깝다.

하지만 방북 시기는 DJ의 희망보다는 초청자인 북측의 내부사정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제는 따로 정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J의 방북이 특사가 아닌 민간인 자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고받을 전망이다. 이 경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북핵 문제가 최대 화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북핵 6자회담이 조건 없는 복귀를 요구하는 미국과,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복귀의 조건으로 내세운 북한이 맞서면서 6개월 가량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탁월한 국제정세 식견을 가진 DJ가 김 위원장의 ‘귀를 잡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흐름을 설명하며 회담 복귀의 시급성을 강조한다면 꺼져 가는 6자회담의 동력을 다시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자 기대인 것이다.

아울러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DJ가 군사 분야의 협력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의 훈풍을 한반도에 일으키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달릴 수 있을지 여부다.

DJ가 열차 방북을 선호하는 것은 6.15 공동선언 이후 사실상 그의 첫 작품이 경의선 철도 연결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성사될 경우 6.15 때 비행기를 타고 직항로를 연 것처럼 이번에는 철길을 처음 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모습이다.

2004년과 2005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철도 시험운행에 각각 합의해 놓고도 이행되지 못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2월말 11차 철도도로연결실무접촉 은 물론 3월초 제3차 장성급회담에서도 일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4일 개성에서 열린 경협위 제3차 위원급 실무접촉에서도 우리측이 철도 시험운행 문제를 집중 제기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북측은 작년 7월말 철도도로연결 실무협의회에서 추가 자재장비 및 인입도로 포장 자재의 지원, 철도종업원살림집 건설, 북측 연결구간의 철도전철화 등을 내세웠고 이번 경협위 3차 실무접촉에서도 요구사항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군 당국의 양해를 얻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군부에 내놓을 일정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정부로서도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사업을 위해 7천억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일 관훈토론회에서 “김 전 대통령도 경의선 열차를 이용을 방북의 절대조건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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