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소통 위한 값진 결실 ‘남북통일말사전’

’도시락-곽밥’, ’화장실-위생실’, ’보신탕-단고기국’, ’주스-과일단물’, ’부츠-왈렌끼’ ….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500여 년간 겨레가 함께 사용해오던 말이 남과 북 사이에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이런 추세라면 통일 이후에도 언어 통일은 한참 더 걸릴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남쪽 사람 입장에서는 생소한 북한 어휘, 북한 사람으로서는 알아듣기 힘든 남한 어휘를 뽑아 뜻을 풀이하고 비슷한 말을 적은 사전은 그래서 반갑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 발간한 ’남북통일말사전’(두산동아 펴냄)은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다.

664쪽 분량의 책을 절반으로 나눠 전반부에는 북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한말 5천 어휘를 가나다순으로 수록하고 뜻을 풀이하거나 북한말 동의어를 제시했다.

후반부에는 남한 사람들이 모르는 북한말 어휘 5천 개를 같은 방식으로 소개했다.

2002년 사재 5천억 원을 출연해 재단을 만든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예전에도 부분적으로 이런 일이 시도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며 “엄격하게 말해 통일 전 단계의 ’남북말 비교사전’이라고 해야 옳겠지만 우리말 통일의 염원을 담아 ’남북통일말사전’이라고 이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전은 2003년 봄 편찬 사업이 본격화한 후 남쪽의 국어학자들과 해외의 북한말 전문가 10여 명이 합심한 끝에 3년여 만에 탄생했다.

미국 예일대 초빙교수로 있다가 지난해 타계한 북한말 전문가인 고(故) 정종남 교수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남북 간의 다른 어휘를 5천 개씩 추려내는 역할을 맡았다.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 관용구를 두루 선정해 반영했다.

사전 대표 집필을 맡은 심재기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는 “민족 공동체를 특징짓는 징표 중에서 언어의 공통성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남북 사람들의 말이 이렇게 달라졌으니 그대로 두면 통일된 후에 대단히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에라도 그 불편한 요소를 제거해 혼란을 줄여야겠다는 취지에서 작업이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심교수는 “남한과 북한말 전문가들이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하는 작업이어서 어려움이 많다”며 “일단 사전으로 발간된 만큼 지속적으로 개정판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이청수 상임고문은 “이번 사전은 체제와 이념성을 완전히 배제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관련 단체나 적십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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