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 돈독한 `형제애’ 과시

북한 핵실험 여파로 남북 관계가 냉각됐지만 아시아인의 최대 스포츠 제전인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열사의 땅’ 카타르 도하는 예외다.

남북 선수단은 국제 대회 때마다 얼굴을 자주 마주치고 코칭스태프는 가끔 술잔을 기울였을 정도로 남다른 우애를 보여줬기에 경기장마다 오랜 만의 재회에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5일(한국시간) 새벽 유도 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 시내 카타르스포츠클럽 유도장 옆 공터.

여자유도 52㎏급에 출전한 안금애가 북한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하자 남북 선수단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북한유술협회 박학영 서기장과 류주성 감독은 경기가 끝나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온 문원배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과 전기영 한국 남자팀 코치의 축하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유도연맹(IJF) 국제심판이기도 한 문원배 위원장은 “금메달 건졌으니 박 서기장이 돌아가면 봉급이 몇 십원 올라 가겠구만”이라며 축하 인사를 했고 박 서기장도 남자 73㎏급 결승에 오른 이원희(KRA)를 지목하며 “꼭 금메달 따시라요”라고 화답했다.

이어 라이터를 꺼낸 문 위원장은 불을 깜빡이며 “나 한테는 핵폭탄 터뜨리지 말라우”라며 농담을 건넨 뒤 “(북한의 여자 유도영웅)계순희를 2008년 5월 남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때 꼭 보내라우. 알갔지”라며 북한 말투를 흉내 내며 계순희 참가를 넌지시 요청했다.

박 서기장도 “내년 세계선수권 출전하려고 운동 시작했으니깐 쿼터 못 따면 참가해야지요”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계순희 참가 여부를 상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선수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여자 70㎏급에서 은메달을 딴 ‘미녀 선수’ 배은혜(동해시청)는 특유의 사교성을 발휘해 북한의 류주성 감독과 훈련 때 맞잡기를 하는가 하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부터 만난 홍옥성, 안금애 등 북한 선수들과 허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어울리기도 했다.

지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했던 탁구의 우정도 유도에 뒤지지 않는다.

경기장인 알아라비 실내체육관 옆 연습장은 남북 선수들의 생기가 넘쳐난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녹색테이블의 기적’을 지휘했던 리형일 북한 여자팀 감독은 비슷한 연배의 유남규 한국 남자팀 감독, 김택수 코치와 중국의 높은 벽을 뚫기 위한 협공작전도 논의할 만큼 정겨운 사이다.

리형일 감독은 특히 MBC 해설위원으로 도하를 찾은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과 부산 대회 때 남북 사령탑으로 맞대결했던 사이여서 대선배로 예우를 깍듯하게 하고 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문현정(삼성생명), 이은희(단양군청)도 북한 주전인 김미영, 고운경, 렴원옥, 김정 등과 말문을 터 벌써 친한 사이가 됐다. 남북 코치진이 서로 정겹게 지내니 젊은 선수들이 마음을 트는 건 자연스럽다.

유도와 탁구 외에도 남북이 나란히 출전한 사격과 체조, 역도, 레슬링 등에서도 개회식 때 한반도기 아래 공동 입장한 한 핏줄의 동포애를 과시하며 다른 나라 선수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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