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촌장, 감격의 재회

“서로 좋은 모습으로 만나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 남북이 체육 정보를 교환하고 선수촌에도 꼭 한번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3년 한국 구기 사상 첫 단체전 세계 제패의 ‘사라예보 신화’를 창조한 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태릉선수촌의 수장을 맡은 왕년의 ‘탁구여왕’ 이에리사(51) 촌장이 탁구인 출신의 북한 안골체육촌 장태삼(62) 촌장과 감격적인 재회를 했다.

1일 오후 6시30분 제4회 동아시안게임 북한-마카오간 남자축구 예선리그가 열렸던 마카오 과학기술대 관중석.

이 촌장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만나기로 약속한 장태삼 촌장이 오후 6시 경기가 시작되고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나 탁구 국제대회 때 가족처럼 지냈던 장 촌장을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 장 촌장은 30분이 지난 뒤 같은 날 역사적인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북한 대표단 5명과 함께 경기장에 등장했고 이 촌장은 오랜 친구를 만난 소녀처럼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01년 일본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4년 만의 재회.
이 촌장이 바쁜 일정에도 일부러 북한 경기장을 찾은 이유도 장 촌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다.

이 촌장은 “남북이 탁구를 포함해 체육 정보도 나눠 서로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태릉선수촌을 꼭 방문해 주세요”라고 제안했고 장 촌장도 탁구인들의 안부를 묻는 등 밝은 표정으로 화답했다.

이 촌장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여자탁구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

73년 세계선수권 때 정현숙(단양군청 감독) 등과 호흡을 맞춰 세계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이 촌장은 88서울올림픽 현정화-양영자의 여자복식 금메달을 이끌었고 2004아테네올림픽 때 사령탑으로 복귀, 여자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지휘한 뒤 엘리트 체육의 ‘산실’ 태릉선수촌장이 됐다.

탁구 선수 출신의 장 촌장 역시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전문가로 참가해 이 촌장과 오누이처럼 지냈고 단일팀이 무산됐던 2001년 세계선수권에선 북한 대표팀 감독으로 일본을 찾아 이 촌장과 기쁜 만남을 가졌다.

남북의 촌장은 이 촌장이 여자농구 한국-중국 경기 관전을 위해 경기장을 떠나면서 30분간의 뜻깊고 아쉬운 30분간의 만남은 끝이 났고 단일팀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