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전조치’ 평행선…지루한 北核공방 전조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두 달 만에 비핵화 회담을 가졌다.


남북은 5시간에 걸친 회담과 만찬을 통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앞서 예상됐던 대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에 대한 양측의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특히 한미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와 관련 ‘평화적 에너지 이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UEP 문제를 6자회담의 새로운 의제로 삼겠다는 의도를 재확인한 셈이다.


리용호 부상은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건설적이고 유익한 대화였다면서도 “이번 회담 결과에 토대해서 앞으로 6자회담을 전제조건 없이 빨리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은 양자, 다자대화가 중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며 “견해차가 좁혀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사전조치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던 우리 정부 입장은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진전된 입장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남북간 대화를 대미(對美)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 재확인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남북대화를 마친 북한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리 부상은 최근 미국에 2차 북미대화를 제안했다고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 내에서 이번 남북 비핵화 회담 결과가 미흡하다고 평가가 나올 경우 곧바로 미북대화를 수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의회 내에서도 대북정책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공화당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최근 지난 7월 김계관 부상과의 뉴욕회동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명확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는 신호를 보낸 것도 미국 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미가 ‘유연한 자세’ ‘대화를 통한 해결’ 등의 태도를 취하고 있어 북미대화가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남북 비핵화회담에 대해 “한미와 북한 모두 정세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일종의 ‘대화 쇼’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제 남북 대표가 웃음으로 회담을 마친 것은 웃어야 할 정치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다. 이후 미북대화를 하더라도 서로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목소리를 톤 다운시켜 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문제가 지루한 과정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최근 미국 내 강경해진 입장을 고려할 때 미북대화가 곧바로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3, 4개월 이후에나 회담 성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미 모두 이미 선거국면에 들어간 마당에서 실질적인 협상은 2013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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