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학인 조직 결성된다

북한 핵실험 등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남북한 문학작가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이 마침내 30일 금강산에서 열리게 됐다.

‘6.15민족문학인협회 남측협회'(이하 남측협회) 회원 및 남측 문인들은 29일 오전 서울을 출발, 오후 금강산 방문증을 수령해 방북함으로써 2박3일 간 진행될 결성식 일정에 돌입했다.

결성식에 참가한 남측 인원은 결성식 남측 단장을 맡은 평론가 염무웅씨를 비롯해 회장단 신세훈(시인), 임헌영(평론가), 정희성(시인)씨 등 문인 50여 명과 취재진 등 모두 70여 명으로 구성됐다.

도종환, 나희덕, 박범신, 박수연, 신달자, 윤정모, 은희경, 이문재, 정양, 최인석씨 등의 문인들이 참가했으며 북측에서는 소설가 김덕철, 홍석중, 남대현, 시인 장혜명, 오영재씨 등 30-4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남측 문인들은 30일 결성식에 이어 양측 회장단이 작년 7월 평양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에서 합의한 ▲’6ㆍ15 통일문학상’ 제정 ▲협회기관지 ‘통일문학’ 발행 등을 위한 실천방안을 논의한 뒤 시와 산문을 낭송하는 ‘금강산 문학의 밤’ 행사를 갖는다.

◇해방 후 첫 남북 단일문인조직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은 기나긴 통일운동사의 과정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모든 예술교류의 차원과 형식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은 남과 북이 분단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단일한 문학인조직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선 분단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반세기가 넘도록 내용과 형식면에서 크게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 문학이 처음으로 직접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과 분단으로 인해 1세기가 넘도록 진행돼온 남북한의 기형적이며 이질적 언어 환경을 서서히 통합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남측협회는 “우리 민족은 일제에 의해 36년 동안이나 언어공동체를 빼앗겨왔고, 또다시 반세기가 넘도록 언어영토가 분단된 환경에서 살아왔다”면서 이제 ‘모국어공동체’를 가꿔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한 참여 문인 구성도 다양하다. 남한의 경우 작가회의를 주축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들, 문인단체에 소속하지 않은 문인 등이 참여했으며 북측에서도 다양한 문인들이 참여해 나름대로 범 문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협회는 “이제 남북 작가들의 공동 취재와 공동 집필, 또 문학 작품 교류 등의 사업을 협회 내부에서 토론하고 집행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문단이 바야흐로 본격적 문학교류를 시작하게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족문학인협회는 남북한 민간 단체가 주축이 돼 구성한 첫 남북 단일조직으로, 최근 북핵실험 여파로 정부 차원에서 뿐 아니라 민간 차원까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남북 교류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1년5개월 ‘3전4기’끝에 거둔 결실
‘남북 첫 문학인조직’, ‘민간 주도 첫 단일조직’이라는 의미가 상징하듯 실제 결성식이 열리기까지는 1년5개월 여라는 긴 준비 기간과 수차례의 진땀 나는 고비를 넘겨야 했다.

남북 작가들이 민족문학인협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작년 7월 평양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에서다. 당시 양측은 각각 결성식 조직위를 구성하고 연말까지는 협회를 결성키로 했다.

그러나 순조롭던 결성식 준비 작업은 먼저 해외 동포 문인들의 참가문제가 불거지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남측은 북한이 해외 동포 문인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정치성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고, 북측은 남측 문인들이 “지나친 문학지상주의를 내세워 해외 인사들을 배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난제로 보였던 문제들이 하나 둘 풀리면서 마침내 7월29일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행사 하루 전 북측이 일정을 잠정 연기하면서 결성식은 또 다시 난항을 겪었다.

더구나 북측이 결성식 연기를 통보한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파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빠진 시점이어서 결성식이 실제 열릴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해 보였다.

특히 최근 북핵실험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부터는 협회 결성 계획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강하게 제기됐다.

남측협회는 이달 초순께 북측 조직위로부터 “30-31일 사이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열자”는 내용의 공문까지 받아놓은 상태였지만 이날 서울을 출발해 방북하기 직전까지 누구도 성사 여부를 장담하지 못했다.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에 깊이 관여해 온 고은 시인은 “티끌이 더해져 싹이 생겨나듯 우리들의 작은 행위들이 언젠가는 큰 바위(통일)를 뚫게 될 것”이라며 협회 결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