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무대에 오르는 ‘춤꾼’ 송영숙씨

▲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3세로 북한에서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송영숙씨는 금강산가극단의 수석 무용수로 서울 공연을 위해 입국,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산하 금강산가극단의 수석 무용수인 송영숙(32.여)씨는 22일 입국 직후 연합뉴스와 만나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조선무용 50년, 북녘의 명무'(12.22~23)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송씨는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3세로 2000년 북한의 예술분야 최고 권위 경연대회인 ‘2.16예술상’ 개인경연에서 2위에 오른 데 이어 2005년에는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다.

또 올해에는 평양에서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서 독무 ‘설죽화’를 열연해 금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고려시대 왜적에게 빼앗긴 구주성을 되찾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전쟁에 참가한 소녀 장수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표현했다.

송씨는 1994년 금강산가극단에 입단,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해 처음 서울에서 공연했으며 이번에 다섯 번째 남녘 관객을 만났다.

금강산가극단의 무용 단독공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송씨는 남녘에 처음 선보인 ‘설죽화’ 독무와 함께 ‘샘물터에서’, ‘사과풍년’, ‘쟁강춤’, ‘하나’ 등에 출연했다. 모두 전통 춤사위를 현대적인 미학에 맞게 재창조한 작품.

일본은 물론 북한에서도 꾸준히 공연하고 있는 송씨는 금강산가극단의 무용 작품이 대부분 북한의 유명 안무가의 지도를 받은 것이라며 “북녘의 무용은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 선생의 춤 동작을 바탕으로 민족의 전통무용을 현대적으로 종합, 무대화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남녘의 무용도 틈틈이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면서 “같은 민족으로서 분명히 통하는 부분이 많고 서로 배울 점도 많다. 통일이 되면 무용에서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에야 남녘 예술계와 재일교포 간 교류가 시작될 정도로 정치적 상황에 가려 소통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송씨의 조부는 제주도가 고향이며 자신은 교토에서 나서 8살부터 무용을 배웠다. 이후 조선인학교 고학년 방학기간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통신생’으로 북한 무용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2000년 이전에는 남녘에서 공연은 꿈과 같은 일이었고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변화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 있음을 실감한다”며 “이 시대에 무용수로서 남과 북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가극단의 공연을 보고 북녘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예술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무용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시대를 앞당기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에 있는 조선인은 대부분 일본으로 끌려온, 납치 가족의 자손입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를 알아야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요. 전 춤을 통해 ‘일본에는 민족의 긍지를 안고 살아가는 재일조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송씨는 지난 9월 같은 가극단 후배인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 류정일(28)씨와 결혼한 ‘무용커플’이기도 하다.

송씨는 “도쿄에서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조선인에게는 집을 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생했다”며 조선인학교에는 일본 정부의 보조금이 없고, 졸업해도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대학에 가려면 다시 야간학교에 다녀야 하는 등 여전히 차별과 탄압이 심하다고 전했다.

“(북일관계가 악화되면서) 극단에 공연장을 빌려주지 않아 어려움이 많고, 순회공연 횟수도 예전에는 연간 100회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30~40회 정도로 줄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랍니다.”

송씨는 나아가 “일본에서 태어난 3~5세 새 세대사이에 민족성이 희박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조선무용을 배우려는 학생들도 많다”면서 이들에게 꿈과 긍지를 심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무대에 서면 1㎞를 전력 질주하는 듯 힘들지만 남과 북, 일본에서 더 많은 공연을 하고 싶다”며 “언제나 남과 북의 무용수와 함께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금강산가극단은 22~23일 공연과 24일 특별 초대공연 후 26일 출국할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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