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중단에서 재개까지

남북 당국간 회담이 10개월여 만인 16일 재개됨에 따라 대화가 끊어지고 다시 복원의 길을 밟게 된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조문 불허가 직접 계기 = 참여정부 들어서도 남북회담은 2003년 제10∼12차 장관급회담에 이어 2004년에도 5월까지 제13∼14차 장관급회담이 계속되고 그 해 5월 말과 6월초 제1∼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흐름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초 고(故)김일성 주석 10주기를 맞아 남측 인사의 조문을 정부가 불허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그 해 7월 8일 조문 불허를 강력 비난하면서 “우리의 체제를 부정하고 우리를 대화상대로 하지 않으려는 자들과는 더 이상 상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북측은 다음 날인 9일 당초 7월 13일로 예정됐던 제5차 남북해운협력 실무접촉의 연기를 통보한 데 이어 19일로 잡혔던 장성급 군사회담 제3차 실무대표회담도 무산시켰다.

하지만 그 와중에 7월 11∼6일 제10차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대로 금강산에서 열린 것은 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부풀리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 27∼28일 탈북자 468명이 동남아 제3국에서 입국한 일과 그 즈음 미 하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는 당국간 대화의 문을 닫아 걸은 북한의 입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연히 8월 3∼6일로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던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과 8월 31∼9월 3일로 잡혔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도 무산됐다.

◇ 긍정적 신호 속 당국 접촉으로 성사 = 이런 당국 간 대화 중단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의 통신공급 문제 협의를 비롯한 사업자간 접촉이나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경협 사업의 흐름은 계속돼 왔다.

우리 정부도 대화 중단 장기화가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대화 복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북측도 이런 노력에 화답하듯 올 들어 긍정적인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예컨대 1월 20일 침몰한 화물선의 구조선박에 대해 북측 수역 진입을 허용한 데 이어 남측 경비정 재투입도 막지 않은데 이어, 2월말에는 ‘발해 뗏목탐사대’ 수색을 위한 영공 진입을 허용했다.

4월 들어서는 8일 산불 진화를 위한 남측 소방헬기의 비무장지대(DMZ) 진입을 받아들이고 조류독감 방역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18일에는 만취해 북으로 간 어부를 남측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송환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이어갔다.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4월 23일 자카르타 회동에서 남북대화 재개 및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 회담에 공감한 것은 대화 재개에 대한 희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남측은 지난 12일 북관대첩비 문제를 논의하는 문화재 당국 회담도 제의했다.

이번 회담 성사는 최근 당국간 채널을 통해 회담 재개 문제를 조심스럽게 주고 받으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측이 당국간 채널을 통해 회담 재개 문제를 조심스럽게 타진해왔다”고 말해 얼마 전부터 대화재개를 위한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런 움직임은 큰 틀에서 볼 때 신뢰와 원칙의 바탕 위에 당국 간 회담 재개를 촉구해 온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북한이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1월 적십자 채널을 통한 북측의 비료지원 요구에 대해 관례를 들어 당국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지속적으로 북측 당국에 대화의 문을 열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중단 이후 우리측은 중단된 남북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측에 제기했다”면서 “이번 회담도 우리측의 재개 촉구에 대해 북측이 14일 통지문을 통해 호응해 오면서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