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제무대서 외교전 재개했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우리 정부가 금강산 피살사건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북한이 ‘10.4선언’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한이 1990년대 이전의 ‘외교전’ 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박의춘 외무상은 ARF에 이어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장관급회의에서 ‘10.4정상선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비동맹회의 참석에 앞서 베트남을 방문해서도 10.4 선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우리 정부는 ARF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킨 데 이어 오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약실장을 비동맹회의에 파견, 합의문에 우리의 입장이 균형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참가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일각에서 남북이 외교전을 전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정부는 금강산 사건은 북한군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인 만큼 국제사회에 상황을 설명하고 사태 해결의 바람을 피력한 것일 뿐 남북간 대결이나 ‘외교전’ 성격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ARF와 관련, “단지 우리가 북한에 진상조사단 접수를 촉구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지역정세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남북대화를 통해 조속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했을 뿐”이라며 “금강산 문제를 의장성명에 포함시키고자 북한과 대결적인 로비를 벌이지도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29일 ‘금강산 사건을 국제무대에서 풀어가는 것이 남북이 외교전을 벌이던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국제사회로 가져갈 생각이 없고 남북간에 당연히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고 국제사회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국제공조나 냉전시대 대결의 문제로 분석하고 얘기하는 차원 이전의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맞대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에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7.4공동성명 이후 우리 민족 내부 문제는 남북간 대화로 푼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이번 ARF에서 깨졌다고 볼 수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비동맹회의에서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맞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금강산 문제 뿐 아니라 독도 문제, 백두산 공정 등 풀어야할 이슈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국제무대를 남북간 대결의 장으로 만들어버리게 되면 대미.대일.대중 외교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돼 국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민족 내부 문제는 남북간 대화로 풀자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차분히 대응하면 진정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간 문제를 국제 이슈화 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북핵문제 진전 속에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우호적 분위기가 싹트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문제를 자신들 편리한대로 이슈화하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는 최고 정책결정자의 결단 없이는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6.15공동선언 10.4선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비공개 특사 등을 통해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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