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 ‘좌초’

남북이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를 타결하지 못한 것은 어로구역의 위치에 대한 의견차가 극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회담 전부터 공동어로구역의 위치가 북방한계선(NLL)과 맞물려 있어 양측이 NLL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 및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합의점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견돼 왔다.

남북의 인식 차는 지난 12일 첫 번째 전체회의에서 나온 양측의 기조발언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남측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호 NLL을 인정해야 하고 이를 기선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NLL을 중심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라’는 내부지침도 있었다.

반면 북측 김영철 단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남측 주장은 냉전시대, 대결시대에도 통할 수 없었던 북방한계선 고수를 실현해보려는 시대착오적인 제안이다”며 “피의 교전을 불러온 역사의 전철을 다시 밟아보겠다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북측 대표단의 이 같은 기조는 사흘간의 회담 내내 주장한 ‘NLL 아래쪽 해상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북측은 “외세가 제멋대로 그어놓은 (경)계선을 기준으로 만든 제안이라면 어떤 것이든 부당한 제안”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성묵 남측 회담 실무대표는 “우리 측은 실질적인 경계선인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같은 면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라며 “북쪽은 북방한계선 남쪽에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을 만들자고 해서 우리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공동어로구역이 NLL과 연계되면서 조기 설정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구상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남북은 지난달 16일 총리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서해추진위)를 12월 중 열기로 합의했으나 북측은 이번 장성급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회의를 미뤄왔다.

장성급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 위치를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측이 서해추진위 개최에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차기 장성급회담 일정도 확정하지 못함으로써 서해추진위 조기 개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홍기 남측 수석대표는 “차기 장성급회담 개최 일정에 대해 서로 대화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정한 것은 아니고 우리 측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날짜를 선정해서 통보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 설정에는 실패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의 3통(통행.통신.통관)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를 채택, 발효시켜 경협 활성화를 위한 동력을 마련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남북은 ▲개성공단 매일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상시통행 ▲내년부터 인터넷과 유선 및 무선전화통신 허용 ▲통관절차 간소화 및 세관검사장 신설 확장 등을 골자로 한 군사보장합의서를 발효시켰다.

이 수석대표는 “그동안 우리가 단시간 내에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3통 문제가 합의돼 자부심을 느낀다”며 “공동어로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의 장이 마련되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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