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하루 앞…북측 대표단 면면 보니

북한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총 5명의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을 구성했다. 강경한 성향으로 분류되는 군 출신의 리선권이 대표단을 이끌게 되면서 2년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회담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리선권은 군사회담 경험이 많은 대표적인 대남통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2000년대부터 수차례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북측 대표로 참가했고, 2010년에는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실무접촉 북측 수석대표를 맡는 등 남북경협과 관련된 협상에도 등장했다.

특히 지난 2010년 5월에는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측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그가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오른팔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김정은 체제 하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2016년 6월 당 조직기구로 개편된 조평통의 위원장직을 이어오고 있다.

리선권이 과거 숱한 군사회담에서 강경하고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도 그의 거친 협상스타일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군부가 아닌 대남기구의 수장으로서 성격이 다른 회담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8일 데일리NK에 “리선권이 군부 출신인데다 과거 군 관련 남북회담에 자주 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조평통 위원장직을 맡고 있고 의제가 평창올림픽 참가 부분이 중심이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맞춰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번 북측 대표단에 포함된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도 2000년대부터 각종 남북 당국회담에 참여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조평통 서기국 참사와 부장, 부국장을 두루 거치며 오랜 기간 대남 업무에 종사해왔으며, 가장 최근의 남북회담인 2015년 12월 차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로 당시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상대한 이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 전문가이자 회담통”이라고 전종수를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번 회담의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황충성 조평통 부장은 과거 북한의 대남 협력사업 총괄조직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참사 자격으로 남북회담에 참여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이번 대표단에 그가 포함된 것은 향후 남북 경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 교수는 “황충성은 남북 경협을 담당했던 사람”이라며 “그가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향후 개성공단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명단에 포함된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은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실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측 대표단에 과거 군사·경제분야 회담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포함돼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평창올림픽을 넘어선 여러 의제들이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나 언급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남 교수는 “북한 스스로 핵 문제를 의제에 올려놓을 생각이 없을 것이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사실상 평창올림픽 참가를 확정했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피해 의제를 올림픽 참가 문제에 한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인도주의적 사안 등 비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간의 입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그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이후 과정을 보면 북측이 우리 측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양측의 입장을 서로 경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회담을 통해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실무를 잘 마무리 하고 기타 안보적인 우려사항에 대해 남북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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