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어떤 분야 초점될까

오는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 분야 의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으로서는 대미 수교 등을 통한 체제보장 등 정치.군사쪽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심각한 경제사정 등을 고려할 때 남한측이 제공할 수 있는 ‘선물 보따리’가 회담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남북 모두 경협 분야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질 지에 대해 뚜렷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경협의 과제들을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또 정상회담의 성격상 핵심 과제와 향후 논의방향을 제외하면 구체적 경협 과제는 합의문에 포함되는 대신, 장관급 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로 넘겨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간 남북이 꾸준히 경협 문제를 논의해왔고 특히 ‘수요자’인 북측이 대내외적인 언급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어떤 범위에서 논의가 전개될 지는 개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 北, 전력 부족 심각..경수로 집착

북한 경제의 최대 문제점은 전력과 유류 등 동력의 심각한 부족으로 생산이 위축되고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770만kW 수준의 화.수력 발전설비 용량을 갖고 있지만 가동률은 3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경수로가 ‘당근’으로 주어졌던 점, 남측도 핵 폐기를 조건으로 200만kW규모의 대북송전 제안을 했었던 점 등은 전력 문제가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남한을 위해서라도 전력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남측의 주도로 개발되는 북한 정촌 흑연광산의 광물 반입이 지연된 것은 부실한 전력이 원인이었다. 앞으로 북에 진출할 국내 기업들에도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전력 협력이 이뤄질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북측은 경수로에 집착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 회담에서도 “영변 핵시설이 해체 국면에 들어가면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 이 문제는 비핵화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측과 장외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만약 해체된 한반도 에너지기구(KEDO)가 건설하던 경수로 공사가 재개된다면 북한은 당장 현재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200만kW의 전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전력 설비용량이 노후화하기는 했지만 설비용량이 북한의 경제수준상 부족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발전 및 송.배전 설비의 개선 방식, 또는 정부가 2년전 제안했던 송전방식 공급 등도 충분히 고려 가능한 사안이다.

◇ 자원 개발-인프라 연계 가능성도

또 하나 가능성 높은 남북 경협의 핵심 의제는 자원개발이다. 상대적으로 북측에 풍부한 각종 광물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해 남측의 산업에 이용하는 방안은 남북 모두에 ‘윈-윈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업진흥공사가 한 토론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철광 등을 비롯해 유용한 광물이 40여종에 달한다. 따라서 연간 20조원이 넘는 남한의 광물 수입량 상당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정촌 흑연광산 등의 개발이 진행중이고 급증하는 연탄 수요 충족을 위해 북한산 무연탄 수입이 고려되고 있다는 점은 자원분야 협력이 남북 경협의 핵심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북한의 교통 인프라 주축인 철도의 경우 지난 5월 경의선 개성역-문산역구간, 동해선 금강산역-제진역 구간이 연결되면서 남북간 철도의 정기운행 인프라가 갖춰졌지만 아직까지 정기운행을 위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간 정기운행이 성사되면 막대한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향후 러시아 횡단철도(TSR)나 중국 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와 연결을 통해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더구나 북한의 채굴 시설과 기술, 그리고 이를 항구 등으로 실어낼 수 있는 교통 인프라가 극히 부실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원개발-인프라 연계사업도 구상해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최근들어 국내 기업들의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 진출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북한측의 요구사항도 이미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이 요구목록들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여태까지 북측에서 이야기했던 것으로 남포항 개발, 평양-개성 고속도로, 전력 및 주요 기관시설 개.보수 프로젝트들이 있는 데, 북한이 이런 것들을 우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성공단 활성화 속도낼 듯

북측이 경추위를 통해 그간 제시해온 각종 요구들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논의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

임진강 하류의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지역의 강우량과 수문현황 등을 파악하고 북한지역에 수해예보시스템을 설치하는 문제는 2004년 5월 임진강 유역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합의했으나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개성공단 사업도 중대사안이다. 일각에서 제2 개성공단 조성문제가 나오지만 원래 계획이 2천640만㎡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던 개성공단만 해도 이제 1단계 330만㎡ 사업만 끝난 상태인 데다 이 곳에 근무할 북측 인력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문제다.

이밖에 아직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북한의 수준을 고려한 농업 협력 확대도 가능성있는 주제로 꼽힌다.

남북은 이미 지난 2005년 남북 농업협력위원회를 열어 농약.농기계.영농기술 지원, 현대적 종자 생산 지원 등 협력 방안에 합의했으나 핵, 미사일 문제 등으로 2년간 개점 휴업 상태라 분위기만 풀린다면 실행 단계로 옮기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개별 의제들이 실행과정으로 옮겨지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농업.경공업.중공업. 에너지 어느 하나 제대로 가동되는 것이 없는 북한 경제를 고려하면 특정 프로젝트를 통해 효과를 보기 힘들다. 남북 공동 발전을 향한 ‘마셜 플랜’과 같은 대형 중장기 지원방안이 필요하지만 정책의 지속성, 북한의 수용 가능성 측면에서 변수가 너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일동 선임연구위원은 “경협의 범위나 폭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북한과 같이 고민할 문제”라며 “에너지나 생필품, 식량 등은 소진해 버리면 끝이므로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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