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공업-자원 협력 어떻게 진행되나

남북이 지난 3∼4일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일정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 2년 간에 걸친 협상결과가 행동으로 옮겨질 날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향후 절차가 장성급회담을 통한 군사보장(5.8~10)→열차시험운행(5.17)→경공업.지하자원합의서 발효→북측 3개 광산 남북 공동조사(6.25~7.6)→경공업 원자재 첫 출항(6.27) 등의 순으로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이란 =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구상은 2005년 7월 제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때 북측의 제의로 처음 등장했다.

그 후 `유무상통(有無相通) 경협’의 첫 사례로 주목받았고 2005년 8월말 제1차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실무협의, 같은 해 10월말 제11차 경협위 등을 거쳐 지난해 6월6일 제12차 경협위에서 합의서가 채택됐다.

북한의 최초 요구는 신발 원자재 6천만켤레분, 화학섬유 3만t, 종려유 2만t 등 품목별로 돼 있었지만 추후 협의 과정에서 총액 단위로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다만 이 합의서는 12차 경협위에서 열차시험운행이 전제 조건이 되면서 이행이 보류돼 왔다.

12차 경협위서 채택된 합의서는 지난달 제13차에서 시기나 시한이 일부 수정됐다.

주요 내용은 올해부터 북측에 의복류, 신발, 비누 등 3대 경공업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은 지하자원 개발협력에 따라 생기는 생산물과 지하자원 개발권, 기타 경제적 가치로 갚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8천만 달러 어치의 원자재를 주면 북측은 먼저 연내에 대가의 3%(240만 달러)를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클링커로 갚고 나머지는 5년 거치 후 10년 간 원리금(연리 1%)을 균등 분할해 상환하게 돼 있다.

아울러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등의 광산에 남북이 공동투자키로 했다.

정부는 이 합의서의 발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행 계획 어떻게 구체화됐나 = 지난 4일 끝난 제2차 경공업.지하자원협력 실무협의에서는 초기에 취할 조치들을 구체적 시기와 함께 합의하고 공동조사할 북측 광산 3곳을 정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의류용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500t을 실은 선박이 다음 달 27일 인천항을 떠나 남포로 향하게 되며 함경남도 검덕.룡양.대흥광산을 공동조사 대상으로 확정해 같은 달 25일부터 12일간 현지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단섬유 500t은 80만 달러 어치로 총 제공규모의 1%에 해당한다.

공동조사와 첫 원자재 북송을 거의 같은 시기에 이행하면서 `동시행동’에 가깝게 합의한 것도 눈에 띈다.

조사대상으로 확정된 검덕광산은 아연광이며 룡양.대흥광산은 마그네사이트 광산으로 모두 함경남도 단천지역에 있다.

단천 지역은 지난해 4월 제18차 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민족자원특구’로 정해 개발하자고 제안한 곳이어서 향후 협의 결과에 따라서는 자원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단천시 북대천 상류에 있는 검덕광산의 경우 3억t가량의 연(납)과 아연이 매장돼 있으며 연간 아연 12만4천t의 생산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북한 최대의 비철금속 생산기지로 꼽힌다.

마천령 기슭에 위치한 룡양광산은 36억t의 마그네사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세계 최대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을 자랑한다. 연간 30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합의로 북측은 공동조사에 앞서 우리측에 이 광산들에 대한 지질도, 지질단면도, 매장량 산출도면, 장비현황, 생산량, 가동률 등은 물론이고 전력.용수.도로.철도.항만에 관련된 자료도 6월12일까지 주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지하자원 협력은 북측이 제공할 광산 자료에 대한 검토작업을 마친 뒤 6월 말부터 현지 공동조사를 거쳐 타당성 분석, 투자 결정, 생산 착수 등의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통일부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관련, 우리측은 10명의 기술지원단을 구성해 7월10일부터 닷새 간 북측 경공업 공장을 돌며 기술지원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 남은 과제 뭔가 = 합의 이행을 위한 선결 과제는 열차시험운행이다.

오는 8일부터 사흘간 제5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열리는 만큼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군사보장이 이뤄진다면 열차시험운행과 동시에 경공업.지하자원 합의서도 효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그 다음 관심은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3차 경공업.지하자원 실무협의에 쏠린다. 2차 실무협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추가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가 협의 대상 중에는 원자재의 가격 산정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의 국내가격과 국제가격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액 때문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가보다 국내가격이 비싼 원자재에 대한 책정 방법이 쟁점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공업.지하자원 합의서에도 국제시장가격으로 하거나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돼 있어 국제가격이 유일한 기준은 아닌 상황이다.

또 신발과 비누 생산에 필요한 고무와 종려유 등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해야 할 원자재의 가격과 제공절차도 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복잡한 문제는 북측의 상환방법에 포함된 지하자원 개발권과 생산물 처분권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치 계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북측은 당연히 현물 상환을 최소화하려면 개발권이나 처분권의 가치를 과다 책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당장 정해지기 보다는 현장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우리측으로서는 지하자원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전력, 도로, 철도, 항만, 용수, 통신 등 현지 인프라를 갖추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과 자본투자가 필요한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정세도 합의 이행에 직접적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2.13합의의 이행이 계속 지체될 경우 우리 정부가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의 속도를 내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간이 걸리는 지하자원 개발보다 경공업 원자재 북송이 먼저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북핵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경공업 원자재만 주고 지하자원 개발은 멈춰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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