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회담’ 전문가 진단

북한이 11일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의 임금 및 토지임대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개성공단의 중단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반면 북측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을 월 300달러, 토지임대료를 5억달러 요구한 것은 북한 나름의 최대치를 던진 것으로, 이것만 가지고 북한이 개성공단 완전 폐쇄로 방향을 튼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개성공단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이 같은 실무접촉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소모적인, 해법이 없는 대화라고 본다”며 포괄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 지금 300달러나 5억 달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핵심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 논리로 치면 결국 6.15공동선언에 따라서 특혜를 제공한 것인데 그것이 파기됐기 때문에 특혜를 거둬들이겠다 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개성공단의 운명은 포괄적인 남북관계에 달렸다는 게 핵심이다. 끝없이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 상황에서 개성공단 중단 책임을 서로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명분을 서로 상대한테 떠넘기려는 일종의 핑퐁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특혜를 철회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거고 우리는 유씨 얘기를 한다. 회담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대화가 아니다. 대화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인데 지금은 다른 얘기를 서로 일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남북관계다. 오늘 회담은 이를 재확인해줬다. 개성공단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이 같은 실무접촉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소모적인, 해법이 없는 대화라고 본다. 근본적인 것은 남북관계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북한은 19일 협상을 다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토지임대료나 임금과 관련해서 던질 수 있는 최대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회담이었다면 대단히 심각한데 19일에 재개하기로 했다는 측면에서 300달러, 5억 달러 요구는 조정이 가능한 부분일 수 있다.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의 유지냐, 포기냐’ 이 부분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공을 넘겨버렸다. 남측이 판단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북한이 개성공단 완전 폐쇄로 방향을 튼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국민 여론이 여러 가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한의 요구는 한편으로는 남한 내부의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19일 협상을 하는데 어느 정도로 맞출 것인지 우리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도 우리로서는 중요하다. 끌려가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천명하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액수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한다.

중국이 이런 부분에서 북한에 대해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도 개성에 대한 것은 빼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우리의 진정성을 북한에 설명할 수 있는 간접적인 통로를 확보해서 북한에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도 여기에 대해 냉정하게 상황을 보면서 정부와의 협력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300달러, 5억 달러는 북한이 6.15선언에 의해 남한이 특혜를 굉장히 많이 받아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려는 것 같다. 우리로서는 이 금액이 (협상의) 데드라인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북한은 기업의 이해도 있기 때문에 기업과 협의를 해보라는 측면에서 19일에 다시 하기로 한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은 금액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틀림없이 ‘남측이 6.15공동선언을 부정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우리가 ‘6.15 공동선언을 존중한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협상의 모멘텀은 유지할 수 있다. 공은 우리한테 넘어왔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 북한은 더이상 남측하고 개성을 원만하게 운영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제기한 것 자체가 우리가 받아들이기 벅찬 요구사항들이고 북한도 그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그렇게 요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본 손해를 협의를 통해 보전하겠다는 경제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게 아니고 남측하고 더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색된 국면을 계속 유지해야겠다는 필요가 있고 그런 생각을 하며 회담에 임한 것이다. 절차나 방식이 지난번보다 부드러워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중앙총국에서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위에서 지시가 있어야 하는 사항이다. 문제를 푸는 것 자체도 개성공단을 놓고 협상할 수 있는 범위는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억류된 유 씨 문제에 대해서도 성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은 북측에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첫째, 남북한 선의의 호혜 정신이 훼손된 것으로 우리도 받아들여야 하고 둘째, 개성공단을 정부차원에서 더 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물론 기업활동을 계속할 기업들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기업이 있을 때 정부도 마지막까지 역할을 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을 무리하게 보전하려는 노력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본다.

북한의 협박에는 굴복하지 않는 정부 입장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유 씨 문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기는 하지만 정부가 북쪽에 합의 사항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유 씨 문제는 이제 국제사회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 같다. 남북간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북한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인권적인 억류 개념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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