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회담서 무슨 얘기 나눴나

10개월여만인 16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재개된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양측은 그동안 산적한 현안을 회담테이블에 올려 놓은 가운데 남측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제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협의 과정이 주목된다.

남측이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북측이 6자회담에 나올 경우 핵문제 해결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제의하며 6자회담 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한 것은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이와 함께 6ㆍ15공동선언 평양 기념행사를 통한 당국 접촉에 뜻을 모았고 남측이 제기한 장관급회담의 재개와 북측이 꺼 낸 대북 비료지원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그러나 조문불허와 충무계획, 작전계획 등에 대한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당국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당면조치로 보안법 철회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을 요구함에 따라 주요 의제의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 남측 ‘중요한 제안’ 띄워 =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측이 회담 복귀를 전제로 실질적인 회담 진전이 가능하도록 ‘중요한 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후 수석대표 접촉에서도 이를 재차 강조하며 6자회담 틀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이 제안의 알맹이에 대해서는 북측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차관은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우리가 제3차 6자회담에서 여러 진전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국들과 협의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냈던 전례에 따라 그런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 북측에 제공할 수 있는 ‘당근’이 있음을 시사했다.

작년 6월 3차 6자회담 당시에는 핵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중유 제공과 대북 잠정 서면안전보장 약속,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 및 대북제재 완화 등을 위한 대화재개 등 동결 및 핵폐기 절차에 따른 단계적 시행방안이 검토된 바 있다.

이 차관의 설명에 비춰 일단 제3차 회담 당시보다는 ‘당근’이 보강되거나 북측의 종전 입장이 추가로 보강된 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 차관은 “관련국들과 협의해서 제안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아직은 미국 등 관련국간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이 차관은 오전 전체회의가 마친 뒤 “(핵문제에 대한) 우리쪽 입장을 경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북한이 직접적으로 핵문제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없다”고 설명, 북측이 이 제안을 경청했지만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오후 수석대표 접촉에서는 북측 김만길 단장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남측 장관급회담ㆍ도로개통 제안 = 남측은 북핵 문제 외에도 남북간 현안에 해당하는 ▲제15차 장관급회담의 6월 개최 ▲경의.동해선 도로 연결 및 철도 시험운행 ▲8.15에 즈음한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양 통일대축전에 남측 당국 대표단 파견 등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평양에서 열리는 6ㆍ15 통일대축전 행사에 남측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는 문제는 북측도 기본연설에서 제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심전심’으로 합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후속적인 협의 절차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설명, 향후 추가협의를 통해 남북간 대화의 모멘텀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측은 아울러 작년 8월로 날짜까지 합의했다가 한 달 전인 7월부터 남북관계가 꼬이면서 무산된 제15차 장관급회담의 ‘6월 서울 개최’도 제안했다.

남북 대화의 최정점인 장관급 회담 개최 문제는 이날 양측이 서로 개최의 당위성에는 공감했지만 시기 등에 대한 세부 협의는 17일로 미뤄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측 김만길 단장이 이날 “10개월간 단절된 북남관계를 회복하는 중대한 회담”이라고 이날 만남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번 회담으로 북남관계에 가슴을 졸였던 겨레의 마음을 활짝 뚫어주는 건강한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은 장관급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경의ㆍ동해선 도로 개통식의 경우 이미 작년 말 완공됐는데도 불구,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미뤄진 공동과제에 해당하는 문제인 만큼 북측이 거부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철도 시험운행 역시 현재 북측 경의ㆍ동해선 6개 역사를 건설 중인 상황이지만 선로의 경우 시험 운행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남측은 특히 북측에 비료를 지원할 때 철로의 시험운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8.15를 맞아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자는 제안 역시 이번 회담 이후 남북회담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북측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산가족 행사의 경우 작년 7월초 고(故)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 문제를 놓고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 속에서도 북측이 같은 달 중순에 제10차 상봉행사 개최를 허용했다는 점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 북측 국가보안법 철폐ㆍ군사훈련 중단 촉구 = 북측은 남북관계의 중단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지만 당국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당면 조치로 국보법 철폐와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남북대화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고(故)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 문제와 북측 급변상황을 대비한 남측의 이른 바 ‘충무계획’, 한미간 ‘작전계획 5029’를 비롯한 작계 문제 등에 대한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수석대표인 이 차관은 이에 대해 “남북관계의 현실상 아직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남북이 대화를 계속해 나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이해를 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이런 요구에 대해 “그동안 밀린 얘기를 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향후 회담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회담이 중단됐다가 재개될 때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많았던 만큼 회담의 동력을 멈춰 세우는 심각한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북측이 국보법 철폐 등을 지속적인 회담 카드로 내세울 경우 회담이 과정이 그리 쉽지만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측은 이와 함께 비료와 쌀 등 식량지원 문제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북측은 지난 1월 적십자 라인을 통해 밝힌 50만t의 비료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매년 지원되는 쌀 차관의 규모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지원의사를 전하고 예년의 봄철 비료지원 규모인 20만t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추가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이는 추가 지원을 여지를 남겨놓아 향후 장관급 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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