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치킨게임’ 해법은 없나

남북이 개성공단이라는 실체를 놓고 `치킨게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이 다음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북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겠다고 12일 발표함으로써 한밤중에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서로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를 일컫는 ‘치킨게임’에서 액셀을 더욱 밟았다.

물론 남북은 거의 모든 방면에서 급 자체가 달라 보이지만 북한의 이날 가속도로 가장 매서운 추위를 타는 것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다.

당국간 실질적 대화는 물론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금 근근히 남북 교류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이 실질적인 위기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비록 북한이 남북간 통행을 전면 차단하지 않더라도 제한적 출입통제 조치 만으로도 80여개 입주 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크다. 출입제한 강화로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커지는 것은 물론 장래의 불투명성 확대로 주문 취소 사태가 줄을 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하며 대남 공세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6일 북한 군부의 `뜬금없는’ 개성공단 현지 조사와 공장 철수언급은 통행 제한.차단 등 조치로 직격탄을 입을 이들이 개성공단 기업인임을 알고 취한 조치라는게 중평이다.

북한도 이 치킨게임이 자신에게 `독약’이 될 수 있음을 모를리 만무하다.

이날 통보에 우리 정부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은 관성에 따라 남북 통행의 전면 차단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제품을 생산해도 반입할 길이 없어지기에 효과는 공단 폐쇄와 같다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그런 만큼 공단이 폐쇄되면 북한 당국은 북측 근로자 3만5천여명과 그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1차적 문제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예측 불가성’이 재확인되는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오바마의 미국’과 친해짐으로써 대외 관계 전반을 개선,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 절실한 북한에 `모범 사례’로 정착해가는 개성공단을 닫는 일은 `자살골’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측에도 개성공단 중단은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입주한 80여개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생길 수 있음은 물론 안보 긴장 지수 고조가 가뜩이나 힘든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공단 외에 개성관광이나 민간 교류 등은 중단됐다 복원될 수 있다고 치부하더라도 경제 위기 속에 입주기업들이 쓰러지는 상황을 좌시하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남북 중 어느 한 쪽이 운전대를 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군부가 대남 정책의 키를 잡은 듯 한 현재 권력 구도로 미뤄 북한은 우리 정부의 반응이 없을 경우 공언한 조치를 이행하는 것은 물론 단계적으로 공단 폐쇄를 향해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이날 북측이 별다른 요구사항 없이 6.15, 10.4 선언을 강조한 것은 두 선언에 대한 이행입장을 바탕으로 큰 틀에서 관계를 복원할지 말지 정하라는 대남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즉 개별 현안으로는 남북관계를 풀 수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신을 존중하며, 이행을 위한 협의를 하자’는 두 선언에 대한 정부 입장이 단기간에 `전면 이행’으로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10.4 선언의 경협 사업들은 ▲비핵화 진전 ▲국민 동의 ▲사업 타당성 ▲재정부담 능력 등을 감안해 이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에 장관급 회담 또는 고위급 군사회담 등을 제안함으로써 충돌을 막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지만 북이 `6.15, 10.4선언에 대한 이행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개성공단 활성화 의지를 표하는 한편 대북 삐라 살포 자제를 촉구하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음에도 북한이 12일 `통행제한 예고’를 강행한 것은 개별 현안 논의를 통한 국면 전환도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는게 중평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1차 시한’으로 설정한 12월1일까지 20일 가까운 시간이 있는 만큼 양측이 상황 타개를 위한 노력을 전개함으로써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만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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